아시아 지역 최고 부자로 꼽히는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이 홍콩 항만 터미널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리 회장의 '홍콩 철수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리 회장의 '허치슨 포트 홀딩스 트러스트'(HPHT)가 홍콩 서부 항만 8번 터미널의 지분 60%를
코스코 퍼시픽 등 중국 선사 2곳에 24억7천만홍콩달러(약 3천409억 8천만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게리 임 HPHT 최고경영자는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유연성과 효율성, 시너지, 수익성 측면에서 항구 운영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변 항만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홍콩 항만 사업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항만 사업이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저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금리 환경 등이 좋을 때 미리 사업을 조정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항은 이미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항구를 중국 선전(深천<土+川>)항에 내줬고 지난해에는 특히 40일간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면서 상당수의 선사가 물량을 홍콩항에서 선전항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리 회장이 홍콩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홍콩 내 사업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홍콩 언론에서는 리 회장이 홍콩에서 자산을 정리하고 유럽 등으로 사업 기반을 옮기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리 회장은 지난해에는 대형 슈퍼체인 파큰샵을 매물로 내놨다가 가격이 맞지 않자 매각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 본토의 부동산을 200억 위안(약 3조 5천억 원) 어치 매각해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서도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아일랜드에서는 통신 기업과 폐기물 관리업체를 사들이는 등 최근 유럽 쪽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 회장은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콩을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라는 위험한 길로 가는 '버릇없는 아이'로 묘사하면서 이런 추세가 멈추지 않으면 홍콩이 5년 내에 '완전히 잘못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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