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류·신뢰 구축회의서 '미국 간섭 배제' 에둘러 선언
"나토 같은 기구 만들자" 제안"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에 대한 제3국의 간섭 배제를 선언했다. '미국의 간섭 배제'를 겨냥한 '시진핑식 먼로주의'라는 해석이 나온다. 먼로주의는 미국 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가 1823년 당시 유럽 열강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간섭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 "유럽과 미국은 각각 서로의 대륙 문제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말자"고 선언한 외교 방침으로, 미국이 중남미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시 주석은 21일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신뢰구축회의)에서 "안보를 비롯한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능력과 지혜가 있는 아시아인들은 협력 강화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신뢰구축회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아시아 지역의 안보 협력기구로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그는 또 "제3자를 목표로 하는 군사동맹은 지역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은 21세기에 있으면서 머리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을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아시아에서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에 강한 반발을 표시하며 '손을 떼라'고 경고를 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가 되겠다는 의지도 에둘러 담았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아시아 불간섭'을 직접적으로 들고나온 것은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류밍 상하이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비비시>(BBC) 방송에 "중국은 과거부터 동·남중국해에서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과 영유권 갈등이 있었지만 2011년 전까지는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국제 전략의 초점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기면서 이에 고무된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동중국해 문제를 복잡하게 꼬이게 한 배후가 미국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최근 미 법무부가 중국군 장교 5명을 사이버 해킹 혐의로 기소한 일도 시 주석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판중밍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은 미국을 향해 '자국과 무관한 아시아 정세에 개입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태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지만,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서비스와 노동 조건 등의 분야에서 기준이 높아 이 부문이 취약한 중국에 진입 문턱을 설정해 두고 있다.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의 롼쭝쩌 부소장은 <차이나 데일리>에 "냉전적인 미국의 동맹 전략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협력도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응우옌떤중 총리는 22일 <로이터>에 "(중국의 석유 시추에 대해) 국제법에 따른 법적 대응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을 방문중인 응우옌떤중 총리는 전날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위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베트남이 사실관계를 뒤집어 근거 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폭력시위로 인한 중국인의 피해를 모두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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