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 중국의 야생동물 수렵권 경매계획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국가임업국은 오는 13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야생동물 수렵권을 경매를 통해 팔 계획이다. 중국 당국이 야생동물 사냥을 허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들은 야생동물 보호에 치명적인 영향을 야기시켜가며 이익추구 행위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신화통신 11일 보도에 따르면 청두에 본부를 두고 있는 환경보호단체 '그린리버'의 양신(楊信) 회장은 "우리는 수렵권 경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 회장은 "문제는 좋은 의미의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면서 "정부가 야생동물 보호를 완화했다거나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총기를 압수한 이후 야생의 생태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아직은 사냥해도 좋을 만큼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린리버는 칭하이(靑海)지방에서 멸종위기의 티베트 영양의 생태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중국지부 오거먼 더머트 대표는 중국 정부의 수렵 허용 전제조건으로 사냥 동물의 종류와 할당량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수렵이 일부 국가에서 생태계의 하위에 있는 일부 종(種)의 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특정 종을 위협하거나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수렵 허용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임업국은 늑대나 붉은사슴, 야크와 같은 동물은 멸종위기 종이 아니며 사냥을 통한 개체수 조절이 오히려 생태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가임업국 야생동물보호처 관계자는 "정부의 수십년에 걸친 야생동물 보호로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오히려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다"면서 "수렵은 수량을 철저히 제한하기 때문에 야생동물 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렵권 경매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멸종위기 동물 보호에 투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쓰촨성 임업당국도 티벳영양과 같은 야생 초식동물의 개체수 급증으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렵 허용을 통한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번식기와 양육기에 수렵을 금지하고 종류와 수량을 엄격히 가려 수렵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면 동물생태 환경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자이언트판다와 같이 생태계 하위에 있는 멸종위기 동물보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린리버측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사냥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옳지 않다며 정부차원의 보상제도 마련을 제안했다.
국가임업국은 외국인에게 수렵권을 판매한 뒤 쓰촨, 닝샤(寧夏), 칭하이, 신장(新疆) 등 서부 8개 지방에서 야생동물 사냥을 허용할 예정이나 아직 수렵 허용 종과 수량은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