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학년 때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공중볼을 다퉜다. 오로지 공만 보다가 둘 다 그만 머리를 서로 부딪히고 땅바닥에 다시 한 번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2시간여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급성 뇌진탕 증상을 보이는 나 때문에 혼이 빠진 부모님을 보았다. 병원에서 CT촬영을 하려고 기다리다 보니 담당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게 되었다.
점심 시간의 정황을 부모님이 이야기 하시니 축구를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다음에 축구할 땐 조심하고 축구 실력도 키워라” 라고 말하시고 웃으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50대 후반 초로의 중국 신경외과 교수님과 이야기하며 이미 나는 거의 다 나은 듯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로도 특별한 이상이 없어 곧 일상에 복귀하였다.
급성뇌진탕으로 온 환자인지라 말은 제대로 하는지, 생각은 할 수 있는지 물어 보고자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보았을 수도 있고, 특별히 외국에서 온 한국 학생인지라 더욱 따뜻하게 대해주었을 수도 있지만 진료실 안에선 놀란 부모님도 나도 미소로 그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미소를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보았다. 주인공 헌터 아담스는 자신의 힘듬과 괴로움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병원을 찾아간다. 병원에서 처음 만난 할아버지, 알고 보니 천재병에 걸린 괴짜 천재, 아더 멘델슨이 있었다. 그의 구멍 난 종이컵을 구멍을 막아 주니 종이컵을 치유해 줘 고맙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PATCH로 바뀌는 순간이 병원에서 이상한 아쩌시를 얘기를 나눈 그 때였다. 같은 병실의 루디의 다람쥐 소동을 겪고 퇴원한 그는 진정한 의사, 즉 진정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분명 평범하지 않다. 일반인이, 정신과 진료 경력이 있는 이가 몇 년 후 의대에 입학한다는 설정이나 그 때 나이가 삼십대 후반이라는 점, 그럼에도 머리가 좋아 성적은 상위권이라는 점. 허구와 같은 이 영화는 설정이 아닌 사실에 바탕을 둔 논픽션이라는 것에 새삼 놀랐다.
3학년 이상만 걸칠 수 있는 실습용 의료 가운을 입고 병명으로 불리며 겁에 질려 있는 환자들을 찾아 나서는 의대생 패치 아담스. 의대생들이 마음만 먹고 뜻이 있으면 공부도 하면서 저렇게 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패치 아담스를 보면 의구심도 든다. 그러나 환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돕고자 하는 그의 삶은 그가 좋아한 패치라는 이름처럼 행복해 보이기만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환자들과 소통을 하느라 의대의 규칙을 어긴 그의 행동은 곧 교수에게까지 불리게 된다. 하지만 패치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산 위 허름한 곳을 개조하여 진료소를 세우고 의사면허증 없이 무료진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선의는 정신 질환자인 래리를 치료하다 그의 연인인 캐린이 래리에게 살해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만든다. 패치는 자신이 알려준 의술로 연인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가슴 깊이 괴로움과 아픔을 토한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 헌터 아담스가 아닌 패치 아담스에게 있어서 치유의 삶의 길로 가게 해 주었던 정신 병원에서의 아더 멘델슨, 어린이 환자들과 체장암 환자 빌, 나비가 되어 찾아와 준 캐린까지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의사의 길에 도전한다. 패치 아담스의 도전과 사상이 과연 의사로서의 자질이 있는가? 열띈 논쟁 끝에 주의학 위원회는 패치 아담스의 졸업을 허락한다.
그에게 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윌콧 학장은 그의 행실은 환자의 존경과 신뢰를 얻기에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의학계의 오랜 관습을 고수하는 이들을 거부하는 그를 탐탁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주변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패치의 노력, 현존하는 의술과 이론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그의 노력을 높이 사며 환자에 대한 그의 사랑에 갈채를 보낸다. 결국 그의 졸업을 통과시키며 그러한 그의 노력이 의학계에 불꽃처럼 퍼지길 기대한다.
어떤 학문인들 사람이 중심이 되지 않는 학문이 있을까라고 생각은 하지만 생로병사로 귀결되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므로 누구나 만나 보았을 의사라는 직업. 패치 아담스는 그의 소망대로 환자를 사람대 사람으로써 관심을 가지며 남은 생을 보냈다 한다. 그는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만 환자를 보지 않고 그들을 통해 그 또한 치유 받으며 게준하이트 병원에서 그를 응원하는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이들과 그의 신념을 실천하고 있고, 무료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다. 1천여 명의 의사가 함께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하니 그는 충분히 불꽃이 되었다.
내게도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내 마음의 불꽃이 되었다.
고등부 학생기자 한동영(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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