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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二手(èr shǒu 중고)

[2015-07-17, 11:00:19] 상하이저널


중국에서 살아온 지도 어느덧 20년을 채워 간다. 그만큼 집안 곳곳에 20년을 살아낸 세월만큼 물건들이 가득하다. 그 중 상하이에서 15년을 지내는 동안 39도의 불볕 더위가 40일 가량 계속되는 살인적인 날씨도 두 번이나 경험했고 상하이의 날씨는 어느 정도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콜성 비를 뿌리는 광저우나 홍콩처럼은 아닌 곳이 상하이라 그 곳보다는 덜 습하고 쾌적한 곳이라 안심했던 것이 올 6월 여지없이 무너졌다. 최근 두 서너 해 상하이 날씨답지 않게 비가 적어 공기지수도 나빠져서 올해의 유난히 잦은 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매일 비가 내리고 한 달 가까이 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온 집안의 눅눅함과 발바닥에 밟히는 마루의 축축함이 내가 홍콩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사를 갈 때마다 중국 방동(房东 집주인)들은 본인의 집 바닥 마루의 실목을 자랑한다. 최근의 두 방동은 모든 가구들을 홍목으로 하여 가구까지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다. 처음엔 왜 그러나 싶었는데 습한 지금 실목 마루를 자랑하던 중국 주인의 맘을 알 것 같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며 거실 바닥이 대리석이라 필름을 깔고 저렴한 마루를 깔았다. 한 겨울을 따뜻하게 난 건 좋았는데 갑자기 닥친 장마에 값싼 마루는 주인이 방방마다 깔아 놓은 실목 마루와 심하게 많이 비교 되었다. 실목 마루는 상하이의 장마에도 습하지 않게 최적화된 마루였다. 값싼 마루는 습기에 기운 하나 없이 축축함을 선사했다. 상하이 사람들이 왜 그리 좋은 마루에 마음 쓰는지 지혜를 배운다. 오늘 할 이야기는 상하이의 장마도 날씨도 아니었는데 최근 장마가 길긴 길었나 보다.


처음 중국에 정착할 때는 신혼이고 처음 집에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지 않아 기본 가전제품인 냉장고와 세탁기를 구입했다. 이사를 다니다 보니 주인집에 기본적으로 가구와 가전제품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몸만 옮겨 다니기도 했다. 자주 옮겨 다니다 보니 이 집에는 있었는데 다음 집에는 없어 하나씩 구입하다 보니 물건들이 늘었다. 또 이사를 하다 보면 버리기 아까워 쓰지도 않을 거면서 들고 가는 물건들도 생기고 그렇게 물건들이 또 늘었다.


한 번 이사를 하게 되면 비자 연장 시 주숙 등기 다시 하기가 귀찮아서도 한 곳에 5년 이상 눌러 있길 원하지만 어디 사람 일이라는게 그런가? 최근 1년 단위로 이사를 했다. 20년 곧 채워가는 살림살이를 들고 이사를 하려다 보니 불필요한 물건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인터넷의 한인공동체 사이트를 통해 중고 물품으로 물건을 계속 정리했다. 올리고 전화 받고 팔고 하는 수고가 있긴 하지만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들이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는 기쁨도 있는 듯 하다. 두 번의 이사로 중고물품을 정리하다가 나 또한 필요한 물건들을 중고로 구매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


중고 사이트에서는 사고 파는 과정에서 유난히 착한 가격들이 있다. 나 또한 중고 물건을 내 놓을 때 살 사람이 이 정도면 사겠다 하는 착한 가격으로 내 놓으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맞아 떨어지지만 10개 중의 하나는 수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며칠씩 건너서 물건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일주일 이주일 내가 원하는 물건이 원하는 가격에 나올 때까지 기간을 정해 지속적으로 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우리집 아이들이 애독한 책은 확실히 낡았다. 그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들이라는 반증도 된다. 몇 해가 지나도 새 것 같은 책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는 거다. 요즘 주부들은 현명해서 인기가 있으면서도 상태가 좋은 책들을 귀신처럼 알아 본다.


두 번의 이사를 계기로 필요 물건들을 중고 사이트에서 조달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물끄러미 쳐다 본다. 남편이 쑤닝(苏宁 SUNNING)전기에서 이사하다 급히 사 온 필립스 청소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청소기를 마음에 두고 기다렸다가 최근에 구입을 했다. 별 차이 있겠나 하던 남편이 한국산 중고 청소기의 성능에 본인도 놀란다. 상하이, 사람들이 간이역처럼 오고 가는 도시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꼭 필요한 물건을 쓰다가 급히 사고, 팔고 하는 일이 잦다.


이 곳에서 이방인으로, 나그네로 삶이 길어지며 그들이 건네 주고 가는 二手 물건들이 내 집의 공간을 채우는 경우가 늘어난다. 아이들이 커가며 내가 아끼던 물건들이 또 누군가 필요한 이들에게로 흘러가기도 하고….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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