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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묘호 다른 느낌? 묘호가 같았던 군주들

[2016-06-20, 16:57:17]
‘묘호’란, 황제 또는 국왕과 같은 군주가 승하한 뒤 종묘에 신위를 모실 때 붙이는 호를 뜻한다. ‘~조’나, ‘~종’과 같은 형태를 가지며, 예로 세종, 문종 등이 있다.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한자가 한정되어 있고, 마지막 글자는 조나 종, 둘 중 하나밖에 쓸 수 없기에 묘호가 겹치는 왕들이 많다. 과연 묘호가 같은 왕들은 다른 면에서도 공통분모가 있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해보자.

묘호는 같았지만 극명하게 달랐던 조선 세종(世宗)과 명 세종(世宗)
‘세종’,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는 조선의 ‘세종대왕’이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군주들에게만 주어졌던 묘호인 ‘세종’. 그만큼 ‘세종’이라는 묘호를 가진 왕들 중에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왕들이 많다. 그러나, 늘 예외는 있는 법. 조선의 전성기를 이끈 조선 세종과 달리, 명 세종은 명을 암흑기로 이끈 암군이었다. 

조선의 세종은 재위 기간 동안 과학, 국방, 예술, 문화, 언어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조선의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룩해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글자인 한글도, 그가 창제한 것이다. 그가 받은 ‘세종’이라는 묘호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조선 세종대왕(左)과 명 세종(右)

하지만 ‘세종’이라는 묘호를 얻은 군주 중, 옥의 티가 있었다. 바로 명 세종 가정제(嘉靖帝)이다. 그는 무려 ‘명의 4대 암군’ 목록에도 올라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암군이다. 도교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고, 궁녀들을 매우 혹사시켰다고 전해진다. 그의 만행이 어찌나 심했으면, 16명의 궁녀들이 황제 시해 시도를 하였을 정도. 명나라의 명신 해서(海瑞)도 참다 못해 강도 높은 비난 상소를 올렸다. 해서의 상소에는, 백성들이 가정제의 연호인 가정(嘉靖)을 집 가(家)에 깨끗할 정(净), 집에 먹을 것이 없어 깨끗하다는 의미로 바꿔 부른다고 하였다. 이러한 그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정덕제 이후 끊어진 황통을 가정제가 새로 이었기 때문에 분에 넘치는 묘호를 받게 되었다.

비운의 왕들 조선 고종(高宗)과 당 고종(高宗)
‘고종’의 묘호를 받은 왕들은 대부분 비운의 왕들이다. 오래 살거나 재위 기간이 길었으나 재위 기간 내내 고난과 역경에 시달린 왕들이 대다수이다. 조선 고종과 당 고종 모두 최고의 자리에 있었음에도 줄곧 시달리는 인생을 살아야 했다.

조선 고종은 왕으로서 자신의 나라가 해외 열강의 손에 놀아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재위기간이 역대 조선 왕들 중 3번째로 길었지만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더 오랫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온 것이다. 아버지 흥선 대원군의 적극적인 후원 덕에 왕위에 올랐지만, 나라는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현재,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는 우호적인 평가와 한국의 암흑시대를 연 구제불능의 암군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왕이다.

조선 고종(左)과 당 고종(右)

당의 3대 황제인 고종은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을 이끌고 나당 전쟁까지 일으켰다. 우리 나라와 관련이 깊은 황제이다. 그러나 그는 이 화려한 전적들과 대조되는 유약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유약한 성품은 그의 아내인 측천무후의 행보를 통해 알 수 있다. 자신의 몸이 병약해지자 황후인 측천무후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세워 국정을 돌보게 했다. 그리고 점점 무후는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 국정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고종은 심지어 무후에게 제위를 넘기려다가 저지당한 적이 있을 정도로 공처가였다. 결국 그는 말년에 병든 몸을 이끌고 정권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암흑기를 끝낸 군주 조선 효종(孝宗)과 송 효종(孝宗)
전반적으로 큰 잘못 없이 나라를 잘 이끌어간 중흥 군주들이 받았던 묘호, ‘효종’이다. 신기하게도 선왕인 아버지들, 혹은 그보다 윗대인 군주들부터 암군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조선의 효종은 대군시절 청에서 볼모 생활을 한 왕이다. 효종은 즉위 후 북벌을 추진하면서도, 전란으로 인해 흐트러진 조선의 시스템을 정비했다. 대동법을 실시해 나라의 경제를 다시 세우려 했으며, 서양의 역법인 시헌력을 반포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이 시헌력이 오늘날 한국에서 쓰이는 ‘음력’이다. 아버지 인조 대의 전쟁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울 시기, 민생을 수습하고 군사력을 확장하면서 여러모로 중흥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왕이다.

송 효종

송의 효종 역시 남송의 전성기를 이끈 왕이다. 금나라를 향한 북벌에 대한 의욕이 대단했지만, 우선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구휼제도를 개선하고, 부가세를 줄이는 등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한 명군이었다. 또한 공평하게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려 애쓴 왕으로, 효종의 치세 동안 남송은 태평성대를 누렸다.

같은 묘호를 받았지만 행적이 극명하게 반대되는 왕들, 혹은 묘호가 같은 만큼 비슷한 삶을 살아간 왕들이 있었다. 물론 후대로 갈수록 좋은 묘호들은 그 의미가 퇴색되어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않은 왕들도 분수에 맞지 않는 좋은 묘호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도 역사의 흥미로운 단면이라 볼 수 있겠다.

고등부 학생기자 여지원(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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