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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다자셰(大闸蟹) 계절의 단상

[2018-10-09, 13:00:28] 상하이저널

매년 상하이 크랩 ‘다자셰(大闸蟹)’를 먹는 계절이 다가 오면 집집마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인데도 여기저기서 많이 먹는다. 20여년 전 한국식 빨간 게장 밖에 모르던 나에게는 누가 비싸고 좋은 상하이 크랩을 줘도 귀한 건지도 몰랐다. 어느 해 남편이 맛있는 거 해준다고 노끈으로 꽁꽁 묶여있던 아주 큰 상하이 크랩을 식구 수대로 사왔다. 남편은 피곤하다고 한 숨 자고 나서 손질하겠다고 해서 주방 개수대에 넣어놨다. 모두 낮잠에 빠져있을 때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가위로 노끈을 모두 잘라버린 것이다. 살아있는데 거품을 내뿜고 있고 노끈으로 꽁꽁 묶여있던 게들이 불쌍해 보였다며….


게들은 자유롭게 기지개를 켰고 개수대를 쉽게 기어 나와 온 부엌 싱크대를 돌아다니다가 급기야는 거실까지 나오는 바람에 딸들이 발견하고 신나서 난리가 났다. 애들은 놀라면서도 재미있게 그것들의 움직임을 호기심있게 바라 봤다. 이제 더 이상 그것들은 먹을 음식이 아니고 우리집 펫이 돼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남편은 요리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큰 집게로 그 게들을 큰 찜통에 넣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아이들은 제발 그냥 먹지 말고 우리가 키우면 안되겠냐고 울부짖었다. 게들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생존 투쟁 하다가 찜통에 갇혀 주황색으로 익어갔다.


다 익자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남편이 큰 쟁반에 다 익은 게들을 쌓아놓고 탁자에 놓더니 생강 양념장까지 만들어 왔다. 우리 아들과 딸들은 아버지의 잔인한 행동에 항의하듯 원망스럽게 팔짱을 끼고 탐욕스럽게 게 껍질을 까고 있는 아빠를 바라봤다. 몇 번이나 같이 먹자고 남편이 권했지만 얘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20 분쯤 흘렀을까 애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빠 진짜 맛있어요?”
“먹어보면 알지!”


애들이 같이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먹지 않겠다고 했다. 다 먹고 일어나서 내가 그 잔해들을 치우려고 하는데, 게다리 살들이 통통하게 다 남아 있었다.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서 의자에 앉아 본격적으로 내가 쪽쪽 빨며 먹기 시작했다. 짭쪼름하고 고소하고 단백하고 탱탱한 것이 참 맛있었다. 이 맛에 상하이 크랩, 상하이 크랩 하나보다. 남편이 이 모습을 보더니 비웃었다.


“안먹는다며?”
“맛있네!”


상하이 크랩 계절이 오면 200~300위안 짜리 해산물 뷔페에서 그 비쌌던 상하이 크랩 등 각종 갑각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보인다.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본 고발 프로그램에 이 많은 상하이 크랩들이 어디서 어떻게 양식되고, 어떤 약품을 쓰고, 어떤 사료를 쓰는지 알려줬다. 수요가 폭발하다 보니 성장호르몬으로 2년 정도 자연적으로 자랄 것들을 1년만에 성숙하게 만들어 버리고, 먹이로 죽은 닭, 오리, 돼지 등 병들어 죽은 가축들을 먹이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럼 또 각종 질병에 노출되니 항생제도 많이 쓰고, 양계장의 닭들과 똑같은 코스를 밟고 있었다.


또 엊그제 신문에는 갑각류 두족류(산낙지, 문어, 오징어, 쭈꾸미)등은 신경이 복잡해 지능도 높고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거의 비슷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고통을 덜 느끼게 하는 요리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법으로 정한 나라도 있다. 일본 방사능으로 태평양 일대 해산물도 다 오염 됐다고 해서 그렇잖아도 웬만하면 먹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 실험 결과까지 알고 나니 다시 한번 나의 먹거리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튤립(lk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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