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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74] 황혼

[2023-01-27, 13:20:43] 상하이저널
박완서 | 휴이넘 | 2007년 5월
박완서 | 휴이넘 | 2007년 5월
<황혼>은 박완서 님이 1979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부간의 갈등을 소재로 가족에게 소외당하는 시어머니의 내면을 그려낸 작품으로, 지금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글이다.

한 아파트에 젊은 여자로 표현되는 며느리, 점점 어머니에게 멀어지는 아들, 아직 어린 손주들, 젊은 여자인 며느리에 의해 늙은 여자가 되고 때로는 할머니로 때로는 우리집 노인네로 불리기엔 누가 봐도 고운, 아직 60세가 채 안 된 시어머니 이렇게 3대가 살고 있다.

늙은 여자는 아들이 결혼할 때는 50대 초였다.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에게 어머니라 부르지 않을 뿐 꼭 불러야 할 때는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고부간의 사이가 나쁘지도 늙은 여자를 대하는 태도에 예의가 없지도 않은 나름 완벽함을 추구하는 며느리다.

중산층의 아파트이지만 창문이 없어 빛과 어둠의 밝기를 통해 새벽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골방이 늙은 여자로 표현되는 시어머니의 공간이다. 그 공간 안에는 TV며 전화까지 갖추어 있지만 늙은 여자가 느끼는 소외감은 채울 수 없다. 

늙은 여자는 몸이 아파 병원을 가야 할 때도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을 못 하고, 몸이 좀 나아져서 가고 싶지 않아도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젊은 여자의 뜻대로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이 늙은 여자의 현실이다.
시어머니는 비록 같은 공간에 살고 같이 밥을 먹고 있지만 며느리에게 어머니로 불리지 못하는 섭섭함과 가족에게서의 소외감과 외로움, 하지만 그보다도 이 집안에서 무엇 하나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큰 절망감과 비참함에 빠진다.

제법 오래된 짧은 글이긴 하나 지금의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있을 법한 일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과의 갈등, 점점 늘어나는 외롭게 사는 노령인구의 문제는 나와 멀지 않은 곳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어른에 대한 공경심 같은 윤리 의식은 사라져가는 시대다. 

주인공인 시어머니와 내가 비슷한 나이대라 그런지 현실처럼 느껴져 늙은 여자로 표현되는 것이 내내 속상하고 편치 않았다. 또 자기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는 부분은 나에게 무섭게 다가왔다. 
불현듯 내 작은 투정에  "너 역시도 늙는다"라고 말씀하셨던 친정엄마가 생각난다. 그때는 어리석어 늙음은 아주 먼 곳에 있어 나와 닿지 않을 줄 알았다. 나 역시 젊은 여자였을 때를 돌아보니  결혼 초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50대 초였던 시어머니 생각에 후회와 아쉬움이 한가득 밀려온다.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홀로서기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이 글을 통해 나 자신의 나이 들어감에 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본다. 

김혜경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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