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생활 어언 10여년, 한국을 떠날 올 때는 상하이에서 이렇게 오래도록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벌써 두 자리 햇수 동안 살고 있다. 게다가 이젠 언제 상하이를 떠날 수 있을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상하이에서 10여년을 살았는데도 아직도 낯설고, 가끔 `나이 들면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타향은 타향인가 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이웃으로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이웃으로 다시 만나고 있다.
해외생활을 하며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정다웠던 이웃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인 것 같다. 정말 마음에 꼭 맞는 이웃을 만나 해외생활의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하던 사람들을 떠나 보낼 때면 마음까지 우울해지는데 떠나는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긴장으로 떠나는데 급급해 남아있는 사람들을 돌아 보지도 않고 황급히 떠나버리고 나면 새로운 이웃을 사귀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게다가 마음이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떠나 보내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해외생활이 이렇지 뭐~' 라는 체념까지 생기게 된다.
10여년을 상하이에서 살다 보니 남들보다 따끈한 정보는 갖추지 못했어도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정보는 갖추게 되어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외로움의 깊이는 커지는 것 같다.
상하이 생활이라는 것이 사실 너무 단조롭다 보니 아줌마들은 이웃을 잘 만나는 것이 관건이다.
상하이 생활 정보를 꽉 잡고 있는 이웃을 만나게 되면 삶의 질이 달라지기까지 한다. 남보다 부지런하게 온갖 정보를 물색하고 친히 탐색하다 못해 주변사람들에게 몸소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거의 정보의 바다에서 춤을 추는 것과 같은 혜택을 얻는 것은 물론이요 다른 사람에게 상하이통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한다.
오랜 친구처럼 마음이 꼭 맞는 이웃을 만나게 되면 중국 생활이 한껏 여유로워진다. 혼자일때면 해보지 못했던 각종 중국문화체험이며 상하이 거리 체험까지 다양한 체험을 하며 상하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상하이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중국의 모든 것이, 좋게 말하면 다~ 이해되는 경지에 이르러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어 생활의 무료함을 더해간다.
그러다보니 상하이 생활 연수에 따라 관심이 가는 분야가 대충 달라지는 것 같다. 처음 막 상하이 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상하이 주변 여행지부터 상하이 곳곳을 주말마다 지치지도 않고 탐방을 하러 다녀 오히려 오래도록 생활 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축적하곤한다. 반면 상하이 생활을 오래한 나 같은 사람들은 새로이 개발된 여행지라고 아무리 광고를 해도 "중국이 대충 거기가 거기지"라며 다른 호기심을 보이지 않다가 주변에서 너무 좋다는 강추가 있을 때만이 대충 움직이게 된다. 이젠 나도 중국사람 다 됐나보다.
▷치바오 아줌마(qiba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