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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증거가 없는 사회”

[2006-03-07, 00:00:07] 상하이저널
사소한 계약에도 서류 증거 남겨 불의의 사고 막아야 1. 체면 때문에 증거를 만들지 않는 사회
재판장 : 주장은 정리가 된 것 같고, 그럼 지금부터 입증하세요
원고 : 입증이 뭡니까?
재판장 : 자신이 주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라는 말입니다.
원고 : 제 주장을 못 믿겠다는 말씀입니까?
재판장 : 그런 말이 아니라, 민사 재판은 증거재판주의이기 때문에, 아무리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입증자료가 없으면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서면으로 된 증거가 없으면, 증인이라도 신청하세요
원고 : 제 말이 맞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도 압니다.
재판장 : 그럼, 사정을 알고 계신 분 중에 적당한 분을 증인으로 신청하세요
원고 :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재판장 : ·······

코메디 단막극의 일부가 아니다. 우리나라 재판장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는 실제 풍경이다. 信义에 대하여 높은 가치를 두는 동양적 세계관, 그 중에서도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우리 사회는 어떤 사람이 말을 한 번 입 밖으로 냈으면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言行一致의 사상이 그 어떤 국가나 사회보다 강하다.
따라서, 누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지금 한 말을 문서로 작성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해석될까봐, 체면 때문에 증거를 남겨 놓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문서로 남겨 놓은 증거가 없다 보니, 민사재판에서 원고든 피고든 증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알고 지내는 사이이고 인정을 매우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인으로부터 증인을 서 줄 것을 부탁 받으면 이를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에게 증인 서 줄 것을 부탁해 준 사람에게 유리하게 법정에서 진술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판장은 증인의 증언에서 어떤 부분은 믿고 어떤 부분은 믿지 않고를 결정해야 하는 고독한 임무를 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
통상적으로는 어떤 증인의 말도 믿지 않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증인의 증언은 서면을 통해 증명한 것을 보충하는 정도에서만 증거력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재판장이 고심 끝에 판결이 나오면 패소한 측은 자신에게 문서나 기타 물적 증거가 없거나 부족했음을 탓하지는 않고 판사가 돈을 먹어서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며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건 당사자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재판장이 심증이 간다 할지라도, 서면에 의한 증거를 제출하는 상대방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문명국가 사법제도의 공통된 특징이다. 재판장의 주관적 생각과는 상관없이, 서면과 기타 물증으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소하게 되어 있다.

3. 잠깐의 수고로움이 엄청난 재앙을 막을 수 있어
물고기는 물 색깔을 닮는다고 한다. 그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그 사회의 문화가 알게 모르게 몸에 배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중국에 건너오는 모든 한국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처음 황해 바다를 건너 올 때 비행기 안에서 했던 다짐과 china dream을 모두 성취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그런데, 현실은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기술력이 안 되어서 아니면 기타 경쟁력이 갖추어지질 않아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버릇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서 하나만 갖추어 놓았던지 아니면 문서에 제대로 된 규정 하나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엄청난 재앙을, 체면 때문에 처음에 확실히 해 놓지 못하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귀국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최근에도 우리 사무실에서는, 한국 투자자가 자신이 믿고 전권을 위임하였던 사람에게 회사를 통째로 빼앗기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벌써 올해에 우리 사무실에서 접한 사건만도 몇 건인지 모를 정도로 유사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
어느 가정에서는 부모 자식간에도 돈 거래를 할 때는 차용증을 써 주는 시대에, 안지 얼마나 되었다고 뭘 믿고 회사를 통째로 맡겼다가 이런 일을 당했는지, 어이없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아오면 될 것이 아닌가? 라고 질문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기본적으로 증거재판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빼앗아 가는 쪽이 항상 이기게 정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덧붙이는 말
우리 사무소가 주상하이 총영사관과 kotra 중국지역본부의 법률자문역을 맡은 이유로, 위 가관에 접수되는 민원 사건에 대하여 접할 기회가 많다.
사건에 대해서 상담을 해 드릴 때마다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여기 와서 사정사정하는 그 시간과 노력의 100분지 1의 시간과 비용만 들였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을, 이 사람들이 구두로 계약을 할 때는 왜 무시했을까? 어차피 이길 수 없게 되어 버린 사건을 가지고 찾아와 영사관에 사정을 하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사정은 너무 딱한데 도와 주지 못해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
사소한 계약이라도 제발 서류로 좀 남기자. 용기를 내어 지금 말한 사항을 서류로 남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상대방에게 제의를 하자. 또한, 서류로 남길 때 제발 변호사의 도움을 좀 받자. 자기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사항이 빠진 것은 없는지, 들어 있는 사항 중에 자신에게 독소조항이 없는 지 꼭 체크를 하자.
더 이상 서류 증거가 없어 회사를 빼앗기거나 돈을 떼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사관도 변호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들고 대사관, 영사관이나 변호사 사무실을 기웃거리는 한국 사람이 없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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