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한인탁구동호회
중국에는 수많은 탁구 클럽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울리기보다는 ‘고수들만의 겨루기’ 성격이 짙은 중국 클럽에 한국인 아마추어가 합류하기란 매우 힘들다. 상대방의 실력이 낮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냉정한 중국 탁구계에 ‘즐겨봅시다’며 손길 내밀기도 한참 망설여진다. 코치를 부르기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찮고 모처럼 맘 맞는 이들끼리 떼지어 탁구장을 찾으면 탁구대 세 네 개를 확보하는 게 또한 그리 간단치 않다.
지난해 8월 탁구 애호가들의 불편함을 인지해 온 정현우씨는 ‘나 같은 사람이 여러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상해탄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동호회를 개설, 탁구를 즐길 여건이 안되는 이들에게 참여를 권유했다.
당시 30여명의 애호가들이 즉각 관심을 보였고 이들이 현재까지 알토란 회원으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다.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2시 동호회 명의로 예약돼있는 顺义路130호에 위치한 생화체육단지에서 라켓을 휘두른다.
탁구대를 마주했던 상대 선수가 좋은 인맥으로 자리잡은 사례가 수두룩한 회원들에게 탁구는 중국인을 이해하고 사업을 논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되어왔다. 그러나 대외 성적으로만 따지면 크게 내세울 건 없다.
“중국인들은 유년시절부터 일상과 탁구가 늘 함께 하죠. 그 놀라운 저변이 결국 실력의 격차를 낳는 거죠” 게다가 선수 출신이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하는 ‘이상한’ 관례 앞에서는 2005 한인체전 우승자 정현우 총무도 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기는 탁구보다 즐기는 탁구를 목표 삼은 이들에게 애당초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한인탁구동호회가 매주 탁구장을 찾는 명분은 그저 즐기기 위해서이다. 공을 제대로 맞췄을 때 라켓에 전해오는 짜릿한 손맛. 그 통쾌한 스매싱을 성공시키다 무아지경에 빠지는 맛을 아는 이들에게 탁구는 니코틴보다도 강한 중독성을 지녔다.
이런 회원들에게 매주 토요일이면 탁구를 칠 수 있는 공간과 동료를 만날 수 있다고 안심시키는 것이 바로 동호회의 존재의 의마이기도 하다.
그에 걸맞게 동호회는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 클럽은 시합을 통한 승패에만 매달리죠. 저희는 때로 일부 풀리그를 통해 모든 회원이 수준을 떠나 고수와 초보자들 두루 상대하게 하죠“ 탁구애호가 누구에게나 열렸다고 자부하는 한인탁구 동호회. 가입조건에 있어서도 남녀노소, 직업, 국적을 묻지 않는다. 탁구를 좋아하면 누구나 연회비 없이 매주 참가비 30원을 들고 찾아와 3시간씩 칠 수 있다.
그것도 깔끔한 전용 연습실에서 중국인 코치까지 두면서 말이다.
문의: 133-7006-8060(정현우 총무)
이현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