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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그녀 없는 빈 자리'

[2007-06-05, 04:02:07] 상하이저널
노동절 연휴는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다. 달력의 붉은 숫자를 바라보는 직장인의 마음도, 매일 아침에 힘들게 눈을 비비며 등교해야 하는 학생에게도 별다른 계획이 없어도 그냥 기다림의 기쁨을 준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이렇게 좋은 계절 5월과 또 그렇게 눈부신 10월에 긴 연휴를 만든 중국 사람들이 어찌나 여유 있어 보이던지.

누군가를 즐겁게 하기 위해선 반대 급부에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듯이 가족이 모두 집에 있는 시간에는 주부들이 바쁘게 마련이다. 나는 매번 아줌마에게 약간의 보너스를 쥐어주고는 더 많은 시간 일을 해달라고 주문하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우리 아줌마도 따로 벌려 논 가게가 있으니 시간을 더 달라고 하기도 어렵고 일이 있어 이틀은 휴가를 달란다. 게다가 이를 어쩐담! 상해에 와서 유학생활을 하는 친척 애들을 열흘 동안 맡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아들과 나 둘만 살던 절간 같이 조용하던 집에, 자기집이라고 돌아왔지만 떨어져 살다보니 어쩐지 손님 같은 남편에, 외국생활 오래하다 보니 자주 볼 기회 없어 그다지 살갑게 친하지도 않은 친척 애들까지 여섯이 북적거릴 판이 되었다. 물색없이 신이 난 아들은 누구는 자기와 한 침대를 쓰고, 누구는 어느 방을 쓰라고 할 것이며, 오전에 몇 시간을 다 같이 공부하고 오후에는 무엇을 하며 놀 것인가의 계획을 짜기에 바빴고, 나는 이 난관을 대충 면피할 궁리를 하기에 바빴다.

우리 아줌마가 눈치가 빠른 건지 내가 잘 가르친 건지 모르지만 음식에 관한 한 그녀는 이미 나의 수준을 넘은 것 같다. 내가 못하는 김치 담그는 법을 전수하지 못한 것 말고는 매운탕, 육개장, 빨간 게장까지 무쳐내는데, 나는 점점 잊어가고 그녀는 점점 늘어가니 청출어람이 따로 없다. 유일하게 믿을 구석은 그녀뿐이니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아이들도 워낙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 여러 사람이 와글거리며 사는 것에 대한 생각하지 못한 행복이 있었다.

며칠이 잘 지나고 마침내 아줌마 없는 날, 나의 비명과 함께 후라이팬이 날라갔다. 그 후라이팬의 몸체와 손잡이가 헐겁다는 것을 잊고는 씩씩하게 야채를 볶다가 몸체가 돌아가면서 내 팔목을 꾸욱 누르고 만 것이다.

친구에게 이 비보를 전하니 그 친구 막 웃다가 다른 친구 얘기를 전해준다. 한 친구가 아줌마 없는 노동절에 안 하던 부엌 출입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위에 달린 후드 위치가 익숙치 않아 물건 집으려고 고개를 돌리다가 그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한다. "아이고 아파라!”하는 순간 이마 옆부분에서 피가 주루룩 흐르더라고 한다. ‘남편 없인 살아도 아줌마 없인 못 살겠다'는 우수개소리가 생각나는 현실이다. 한국에서야 우리가 무슨 귀부인이라고 물을 안 만지고 살았겠는가마는 아줌마 없는 며칠의 빈 자리는 여기저기에서 표시가 났다.

어차피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다. 내가 더 상대방을 필요로 할 때 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4년 가까이 데리고 있는 아줌마임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한두 번은 혼 줄 나게 야단을 친다. 마치 연애할 때 가끔은 헤어지자는 말을 해서 그를 긴장시켰던 것처럼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팔목의 데인 자리가 팔찌처럼 이 여름을 신경 쓰이게 하겠지만 그녀 없는 빈 자리에서 느낀 그녀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은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포동아줌마(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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