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엔 마당 한구석에 들깻잎을 심었다. 차가운 바람에 몰아치던 날에도 자그마한 잎사귀만을 내밀고 있더니 이번 비가 듬뿍 오던 날, 우리도 모르게 쑥 자라 멀리서 봐도 제법 들깻잎처럼 보인다. 슈퍼에서 사 먹는 들깨와는 차원이 다르게 화분 가까이만 가도 들깨향이 솔솔 풍기는 것이 입맛을 돋구곤한다.
해가 쬉쬉 쬐이는 한낮에는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가 해만 지면 마치 잠이라도 자려는 듯 잎을 오무리고 있다. 처음엔 물이 부족한가 자꾸 물만 주기도 했지만 아침저녁으로 계속 들여다 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들깻잎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듯하다. 들깻잎이야 씨만 뿌려놓으면 자기가 알아서 쑥쑥 자라는 기특한 식물이고보니 이해 운운하기에 조금 부끄러운 점도 있지만 말이다.
들깻잎을 노리고 날아오는 벌레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여치(?)처럼 생긴 벌레는 어디서 그리 많이 날아와 잎을 갉아 먹고, 꾸물럭 거리는 초록색 벌레(이름을 몰라서)는 아예 줄기를 똑 끓어버려 자칫 발견이 늦으면 들깨 줄기가 상할 지경이다. 들깨는 향이 진해 벌레가 별로 없다는 데도 이런데 다른 야채나 채소는 약을 치지 않으며 어떨지 익히 상상이 간다.
그 귀하고 귀한 들깻잎을 저녁에 삼겹살을 구우며 함께 먹기 위해 땄다. 아기 손바닥만한 들깻잎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가을의 수확을 누리는 듯 뿌듯한 기분이다. 아이들도 무공해 들깻잎이라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들깻잎 향기를 돌아가며 맡아보는 모습이 우습기도하다. 어린시절 엄마가 부쳐주던 들깻잎 부침개는 정말 맛있었었는데, 지금 시골집에 홀로 계시는 엄마는 무얼하고 계시는지, 들깨향을 맡으며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온다.
엄마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
▷강정숙 cks153@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