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패션 브랜드 게스(GUESS)가 3월 말까지 중국 내 모든 온·오프라인 매장을 닫기로 하면서 현지 패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게스 측은 “중국 시장 전략 조정의 일환”이라며 철수가 아닌 사업 모델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게스는 3월 31일까지 중국 전역의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종료한다는 내용의 문자 공지를 소비자들에게 발송했다고 제일재경(第一财经)은 전했다. 해당 공지에는 “경영 모델 조정에 따라 전국 매장을 순차적으로 폐점한다”는 안내가 담겼다.
이에 대해 게스의 모회사인 어센틱브랜드그룹(Authentic Brands Group, ABG)은 “중국 시장 전략 재정비의 일환”이라며 “향후 새로운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지속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재편 방향은 공개하지 않았다.
게스는 최근 글로벌 실적 부진에 직면해 있다. 2025년 6월 발표된 2026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 세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6억 48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조정 후 순손실은 2230만 달러로 전년 동기(1380만 달러) 대비 61% 확대됐다. 특히 아시아 시장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16%(명목 기준 20%) 감소하며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유럽과 미주 지역 매출은 각각 8%, 9% 증가했다.
올해 1월 ABG는 게스의 지식재산권(IP) 51%를 인수하며 비상장(프라이빗) 전환을 완료했다. 나머지 49%는 마르치아노 창립 가문과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알베리니 등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ABG는 현재 리복(Reebok), 챔피온(Champion), 포에버21(Forever 21) 등 수십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 관리 기업이다.
게스는 1999년 시계 제품을 통해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의류·액세서리·향수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한때는 강렬한 광고 이미지와 ‘아메리칸 레트로’ 감성으로 젊은 층의 선호를 받으며 대표적인 아메리칸스타일(美式)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로컬 브랜드의 약진과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입지가 약화됐다. 정가 매장이 핵심 상권에서 철수하고, 아울렛(할인점)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전략적 축소가 이어졌다. 브랜드 영향력 역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게스의 자산 운영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핵심 상권 대형 매장 위주의 전략은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경기 둔화와 유동 인구 감소 국면에서는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매장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적자 누적으로 인한 폐점’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국 전자상거래의 급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공식 온라인몰을 운영해왔지만, 라이브커머스나 소셜커머스 등 신유통 채널 대응이 미흡해 오프라인 매출 감소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ABG의 핵심 사업 모델이 자체 소매 운영보다는 IP 관리와 글로벌 라이선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면 철수라기보다는 직영 매장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경량화·라이선스 중심 모델로 전환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규모와 소비 잠재력을 고려할 때, 게스가 완전히 시장을 떠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층이 있는 만큼, 사업 방식만 달리해 재진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