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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이름짓기(네이밍)다. 중국에서는 영어 기업명보다는 중국인 특유의 정서가 반영된 기업명(브랜드명)이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음식·화장품 등 소비재의 경우. 작명이 좋아야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 ‘한국식’ 한자어를 그대로 쓸 경우. 징크스나 미신에 의지하는 중국인 특유의 정서에 반해 망치는 수가 있다.
◇이름 덕분에
현재 중국 진출 외국기업 중 잘된 이름으로 현지화에 성공한 거대 기업들이 있다. ‘입을 즐겁게 한다’는 코카콜라(可口可樂·커코우커러)를 비롯해‘좋은 닭을 즐기는’ 켄터키치킨(肯德基·컨더지).‘집에 즐거움과 복을 주는’ 까르푸(家樂福·자러푸) 등은 유명하고. ‘다 된다’ 미놀타(萬能達).‘호랑이(길조)’ 야후(雅虎)가 꼽힌다. 한국 기업으로는 중국에서 일본제국주의로 통하는 ‘동양’ 대신 ‘좋아하는 친구’ 하오리오우 (好麗友)를 채용한 오리온과 ‘사기 쉽다’는 뜻으로 현지 소비자 공략에 성공한 이마트(易買得·이마이더)가 대표적이다. 2006년 중국에 진출한 ‘놀부’ 역시 ‘즐거움과 돈을 가져다 준다’는 러푸(樂富)로 인기를 끌었다. 꼬치구이 투다리(土大力)와 화장품 미샤(美思)는 이름 덕에 각각 영양가 높은 음식과 고급품의 이미지로 자릴잡았다.
◇이름 때문에
한자식 기업명을 고수하는 바람에. 국내에선 익숙하지만 중국 현지에선 별 뜻이 없어 주목성이나 임팩트가 떨어지는 업체들이 있다. 농심(農心)은 신라면 등 히트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업 이름이 촌스럽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이후 콰이러(快樂)를 농심 앞에 붙여 한결 나아졌다는 평. 오히려 뜻이 좋지않게 받아들이는 두산(斗山·산에 맞섬)과 BBQ(比比客·고객을 비교한다) 등은 말 할 것도 없다. 중국 동포들은 삼성과 현대 역시 그리 잘된 네이밍이 아니란다. 삼성의 싼싱은 원 발음대로 읽히지도 않고 별 뜻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식 네이밍법을 다룬 ‘중국시장브랜드전략’의 저자 박종한(가톨릭대 중문과) 교수는 “현지화를 위해선 과감히 (원명을) 버리는 것도 좋다”며 “한국에선 좋은 뜻이지만. 중국에선 자칫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일본 자동차 기업 마츠다(松田)는 중국에서 한자어 표기를 포기했다. 송전(松田)의 중국어 발음 송티엔(song tian)이 죽은 사람을 보낸다는 송티엔(送天)과 비슷해서다. 마츠다는 대신 ‘馬自達’(마스다)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중국이름
중국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국내 호텔·여행 등 관광업계에서도 중국네이밍이 붐이다. 롯데호텔은 ‘좋은 날’이라는 락천(樂天)을 그룹 차원에서 쓰고 있으며. 하얏트와 워커힐 호텔 역시 개열(凱悅)과 화극산장(華克山莊)이란 중국명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락천세계(樂天世界). 에버랜드는 애보락원(愛寶樂園)을 쓰며 휘닉스파크는 보광봉황성(普光鳳凰城)을 사용 중이다. 최근 부티크 호텔(IP호텔)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새로운 중국명 작명에 고민중이다. 2008년 8월 한·중정상 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의 통역을 맡았던 이정순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에선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모두 이름에 담아낸다”며 “예를 들어 국내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은 중국에서 아카팡으로 음차한 바람에 아무런 제품 이미지를 주지 못해 실패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한국상회 부회장인 강동한 상하이세정국제무역 총경리는 “중국에서는 단어 한 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며 “숫자 8(八)이나 복(福). 희(喜). 락(樂) 등은 좋은 뜻이지만. 사(死). 망(亡) 등 좋지않은 글자와 유사한 중국 발음을 쓰다간 낭패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상하이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