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사슬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차이신(财新)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9일 발표한 문건에서 ▲14나노미터(nm) 이하의 반도체 공정 및 256단 이상의 메모리 칩 연구개발, 생산에 사용되는 희토류, ▲관련 공정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 및 테스트 장비, 소재 제조에 사용되는 희토류, ▲잠재적 군사 용도가 있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희토류를 대상으로 사안별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중국이 처음으로 희토류의 최종 사용 목적을 기준으로 반도체 산업에서의 응용을 제한한 조치로 앞서 지난 2022년 미국 상무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시행한 기술 수출 제한 기준을 완전히 모방한 방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반도체 연구 총괄 후이허는 “희토류는 여러 화합물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상위 원자재, 장비부터 중간 생산 제조 공정에 걸쳐 사용된다”면서 “올해 들어 중국을 희토류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수출통제를 시행했지만, 이번 조치는 AI 산업의 핵심인 14nm 이하의 첨단 로직 칩과 256단 이상의 메모리 칩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면에서 더욱 정밀하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기업은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을 비롯해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도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강화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는 추후 열릴 미·중 무역 협상 이후 효력을 발생하기에 협상 결과에 따라 변수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현재 주요 반도체 업체들 모두 어느 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중국 국내 반도체 업체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그는 “중국의 반도체 업계는 지난 수년간 반복된 미국의 제재 강화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로 미국의 잠재적 제재를 향한 관심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면서 “국내 다수 반도체 업체는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오르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며, 해당 리스트에 오르면 오히려 미국이 ‘첨단 기술 기업’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번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로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기업들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로이터통신에 전달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새로운 제한 조치의 세부 사항을 평가 중이며 중국과 협상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분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중국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그간 소강상태를 보이던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