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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52]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2019-09-21, 06:49:51] 상하이저널
알베르 카뮈 / 원제: L'etranger(1942년)

<이방인>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20세기 대표작가인 알베르 카뮈(1913년-1960년)의 소설이다. 실존이나 철학적인 의미가 아닌 한낱 독자로서의 시선으로 <이방인> 속 이야기와 주인공을 풀어보려 한다. 

글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담담한 말로 시작된다.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 앞에서 그는 아무런 궁금증도, 아무런 슬픔도 보이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담담하게 부고를 접수하고 장례식 내내 그 어떤 슬픈 표정도 슬픈 눈물도 없다. 장례식이 끝나서는 해수욕장에 가서 애인을 만나 즐긴다.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그는 그만 의도치 않았던 살인을 저지른다. 법정에 불려갔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 변호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이 삶에 대해 기대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을 때, 법정은 이상한 잣대를 들이댄다. 살인을 한 그의 죄를 물은 게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에 슬픈 감정을 느끼지 않은 죄를 묻는다. 그리고 그는 살인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반드시 느껴야 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형을 당한다.

1. 감정은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가끔 통념이 가르치는 감정에 따라 감정을 만들고 또 누군가에게 그러한 감정을 강요하기도 한다. 
감정이란 온전히 나에게만 속해있는, 그 어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영역임에도 우리는 자주 간섭 받고 강요당한다. 주인공의 "이상한" 행위는 어쩌면 이런 통념이 요구하는 감정에 대한 반발이 아닐까 싶다. 어떤 상황에선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정답이 있다는 거, 그거 참 웃기지 않는가? 

2. 삶은 왜 죽음 앞에서 살고 싶어지는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고 난 사람들에게 미래는 너무나 부질없는 사치였고 극도의 불안 속에서 개인의 생존본능은 모든 사회적 가치를 앞섰다. 어쩌면 뫼르소의 무덤덤함은 몸이 스스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죽음이 제대로 덮쳐왔을 때 우리는 직감으로 안다. 오늘 같은 내일이 더는 펼쳐지지 않는다는 공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했을 것이고, 그것이 뫼르소가 살려고 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3. 세상에 대한 비아냥인가?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위로인가?

미래를 확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뫼르소는 낯설다. 난해했고, 이유 없이 벌컥벌컥 화도 난다. 하지만 내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과한 시절에 뫼르소의 옆집 사는 아낙네라고 가정을 해본다면 어쩌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깜깜한 밤을, 날이 밝기를 감히 바랄 수 없는 깜깜한 밤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날은 꼭 밝을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전진하라”는 영혼 없는 격려보다는 누군가도 나처럼 어두운 밤길을 함께 가고 있다는 사실이 훨씬 위로가 되고 힘이 되듯이.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두 번을 읽고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책이다. 나는 우격다짐으로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잣대, 나만의 가치관을 들먹이면서 주인공 뫼르소를 비난했다. 하지만 뭔가 정보가 깔리면 깔릴수록 이어지는 생각의 전환은 나를 놀랍게 했다. 그리고 한참을 무르익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알베르 카뮈의 두 번째, 세 번째 소설을 보고 나면 또 지금 하고 있는 모든 말을 부정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쓴다. 

일독을 권한다. 

이분선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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