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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가족상회’를 보고

[2019-12-10, 08:51:44]

위로의 시간, 소중한 선물

 

지난 11월 30일 저녁,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무릅쓰고 뮤지컬 공연장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전문연극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하이저널에서 "마법 같은 위로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뮤지컬 <가족상회>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조선족으로서 고향을 떠나 상하이에서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국인들은 대체 어떻게 타국에서 살까? 실없이 두루 의문이 생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뮤지컬이 상하이의 한 한인가족의 이야기라고 하니 부쩍 호기심이 동했다. 지인을 통해 어렵게 자리 예약을 마치고 기다림 끝에 도착한 공연장, 조금 머쓱했다. 공연장 무대에 면막도, 배경그림도 보이지 않았고 벌거벗은 작은 강당만 댕그라니 객석을 마주하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됐다. 장치, 지탱점도 별로 없고,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노래와 무용은 극 중 아주 가끔, 조명은 그냥 배우의 얼굴을 비추는 정도, 막 간 이음새가 조금 걸리적거려 새 씬을 볼 때 잠깐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등 아마추어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 무대였다.

 

 

 

  

그런 무대에서, 타국의 거대한 도시 상하이에 삶의 터전을 잡고 힘겹게 살다보니 가족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부모에게 회의를 느끼는 아이, 직장 상사의 닥달,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회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전쟁터 같은 현실. 그런 생활에서 도피하고 싶은 아빠 엄마의 곤혹, 그러면서도 희망을 안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뮤지컬은 제법 생동하고 순수하게 그려냈다. 배우들의 연기도 상상 밖이었다.

특히 주인공 가족의 아역은 노래실력도 좋고 상처받은 마음 표현이 똑 부러지게 실감났다. 엄마 역은 완전히 역에 빠져버린 듯 너무나 신들리게 연기했다. 아빠 역은 그야말로 내심의 상처를 꽁꽁 씹어서 내뱉듯 보는 이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성숙된 연기를 펼쳤다. 무대에 등장한 모든 이들이 성실하고 소박한 연기로 저마다 몫을 잘 감당해가면서 극은 클라이맥스로 치달았고 차츰 극 속에 빠져들어 박수치고 눈굽을 찍다가 고개를 드니 황량하던 무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열광과 희열이 차넘친 풍성한 무대가 한눈에 안겨왔다.

무대에 서고 싶던 젊은 시절의 꿈을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 내고 생활의 희노애락을 신들린 연기로 토해낸 이들, 한국인들의 문화지향적인 삶이 소박하고도 멋지게 꾸민 뮤지컬을 통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 상하이의 한국인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조선족과 거의 비슷한 삶이지만 때론 더욱 많은 고민과 해결책이 필요하겠구나, 쉽지만은 않은 타국 살이에 어쩌면 현지인의 보다 따뜻한 시선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가슴 아련히 밀려왔다.

 
공연은 실로 마법 같은 위로의 시간이었고 나에게도 소중한 선물이었다. 벌써 두 번째, 세 번째 뮤지컬공연이 기대된다. 상하이의 한국인들이 다채로운 문화 생활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삶의 고단함과 짐을 내려놓고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상하이살이를 영위하기 바란다.


방미선(연출가, 전 연변대학 예술학원 연극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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