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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42] 나인

[2024-06-14, 17:51:33] 상하이저널
천선란  | 창비 | 2021년 11월
천선란 | 창비 | 2021년 11월
식물이 말을 알아듣는다는데 맞아요? 아이들이 묻는다.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인간이 못 알아듣는 것뿐이지 인간 이외의 모든 동식물이 무언가 자기들만의 대화법이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뇌가 있고 없고 생각이 있고 없고에 관계없이 자극에 대한 단순한 생명 반응일지라도, 인간의 언어처럼 그들 만의 대화 신호 체계가 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해 특히 식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인간과 닮아 있고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많은 부분을 식물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식물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이 ‘스스로 양분을 만드느냐 다른 생물에게서 양분을 얻느냐’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식물은 진정한 독립체이다.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과 산소를 바탕으로 자라고 꽃피우고 열매 맺고 다시 그 산소를 이용해 호흡하면서 에너지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내어놓고… 밀폐된 공간에 있을지라도 빛만 있다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스스로 순환시키면서 계속해서 생명을 유지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식물이 만들어낸 수많은 영양분을 우리가 먹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먹는 육류들도 식물에서 나온 것들이거나 식물을 먹고 자란 것들이다. 

“만약에 우리도 광합성을 하면 음식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겠네요?”

“그래, 인간도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먹을 테니까! 그런데 식물들처럼 초록이 되어야 할 걸?! 

“윽! 그건 싫은데요!?”

아이들은 만약에, ‘만약에~ ‘로 시작하는 질문들을 좋아한다. ’만약에‘는 상상이 시작되는 단어이다. 가끔은 너무 멀리까지 퍼져 나간 상상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엉뚱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식물에 관해 아이들이 ‘만약에’를 연발하던 시점에 내게 다가온 책이 [나인]이었다. 같은 작가의 책[천개의 파랑]을 읽은 직후라 이번엔 어떤 미래를 그렸나 했더니 식물과 교감하고 식물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능력을 갖춘 외계인 누브족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마침, 식물에 심취한 시기라 이야기를 더 재밌게 읽은 것 같다. 지구에서 지구인과 섞여 살고 있는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바로 우리가 사는 이야기이다. 인간도 원래 다른 생물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잊고 있지만 누브족은 그런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지구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본다. 만약에 말이다…나인의 이야기도 이런 ‘만약에’ 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항상 곁에 있던 누군가가 ‘나는 사실 외계인이야’라고 고백한다면, 이 책에 나오는 나인의 친구 미래와 현재처럼 우리는 그 친구를 그냥 믿어줄 수 있을까? 우리는 ‘무조건…’이 될까?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신비한 힘을 지닌 외계인의 후손이라는 점보다는 친구들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는 부분에 더 관심이 갔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면서도 다른 이와의 다름 때문에 서로를 못 견뎌 하고 배척하고 선을 그을 때가 있지 않은가?

나인이 자기는 식물인 것 같다고 고백했을 때 미래가 이렇게 묻는다. “나무? 꽃? 아니면 꽃피는 나무? 선인장?“

한주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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