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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리는 이유

[2008-10-23, 23:05:08] 상하이저널
◎ 찬바람 부는 계절이 왔다
지난 9월 리만브라더스 파산신청 이후 요동치기 시작한 한국 주식, 외환시장의 불안은 10월 둘째주에 최고조에 달했던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떨어지는 주식과 올라가는 환율에 한화 기준으로 월급을 받으며, 발령 받아 오기 전 여유 돈(ex. 전세금 등)을 쓸어 모아 fund에 가입해 놓고 중국에 온 주재원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한 주였다. 1년 전 125원 하던 인민폐 환율이 200원을 넘어서는 순간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다들 체감하였다. 무의식적인 비명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중국에서 조그마한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여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으로 수출하려 했던 계약은 대부분 취소되었고 운영자금이 모자라 한국에서 돈을 가져 오려고 편법 환전상을 찾으니 환전상들조차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돈을 바꿔주지 않아 앞뒤 전후 자금줄이 모두 막힌 상태에서 이대로 죽나보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현재 우리 법률사무실에 문의가 오는 기업들만으로 놓고 보았을 때,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은 근래 6년 동안 최악의 경영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기분 좋은 신규투자 소식은 아주 극소수고, 온통 여기 저기서 터진 사고 이야기뿐이다. 돈 못 받아 소송하려는 이야기, 소송당한 이야기, 합자가 깨진 이야기, 야반도주한 이야기, kiko 피해 이야기, 급한 사정 등등 하루에도 수차례씩 걸려오는 전화에 상담해 주고 일 도와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중국 기업 혹은 중국 내 진출 대만 기업들의 사정은 어떤가? 최근 저장성에서 한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대출을 받은 다음 그 돈을 외화로 바꿔 도망을 쳤다. 장난감 회사들의 50%가 도산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쿤산 소재 대만 기업 4곳의 대만직원들이 오전까지 근무하다가 오후에 동시에 출국해서 회사를 버리고 도망간 일이 발생하였다 한다.

중국이 생산하고 미국/유럽이 소비하는 글로벌 경제구조하에서, 미국/유럽쪽의 소비침체는 곧바로 중국 내 생산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상당히 많은 중국 내 생산시설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만 할 것 같다. 어쨌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내외자 기업을 불문하고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펠로시 미하원의장은 이를 미국식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Party is over!”(파티는 끝났다.)

◎ 일단은 살아남는 게 중요
10월달 들어서서는 개인적으로 IMF 때 대기업 임원을 지내셨던 분들을 찾아 뵙고 지혜를 구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당시 우리 대기업들이 IMF를 맞아 왜 어떤 기업들은 쓰러지고 어떤 기업들은 살아 남았는지, 당시에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고생을 했는지,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지, 결국 어떻게 해서 살아 남았는지에 대해 교과서적인 언급이 아닌 역사적 현장 증언(?)을 듣고 싶어서였다.

당시에도 국내 굴지 기업의 임원이셨지만 지금은 중국 현지 대기업 중국 책임자로 계시는 어떤 분의 말씀이 가슴에 가장 와 닿았다. 현재 많이 힘들어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핵심내용만 간추려 소개하려 한다.

“전쟁터에 나가서 총을 쏘는데, 총은 우리 것을 들고 나갔고, 총알은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누구라도 갖다 대 줄줄 알고 조금만 들고 나갔는데, 막상 금융위기가 닥치자 금융권이 자기네들이 먼저 쓰러지게 되니 아무도 총알을 대 줄려고 하는 데가 없더라. 그래서 전쟁터에서 상대방 진영으로부터는 총알이 날라 오는데, 우리는 빈 총이더라. 그래서 일단 총알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라서,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자. 특히나 걸레(별로 좋지 않은 자산)를 팔려고 하면 이 시기에 누가 사려고 하겠는가, 행주(깨끗하고 좋은 자산)를 팔아야 누가 사지 않겠는가. 행주는 나중에 돈 벌어서 다시 사면 된다. 우선 생산에 꼭 필요한 설비를 제외하고는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라. 법인 사옥, 사택, 골프회원권, 해외법인 소유 자산 등 모든 것을 팔아라. 사람은 눈 딱 감고 하위 30% 성적 임원부터 자르고 일반 직원들도 구조조정 해서 경비를 최소화해라. 팔 수 있는 걸 다 팔고 경비를 최소화하니 IMF 위기를 가까스로 넘길 수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금융권에서 총알을 빌려 주지 않는 사태가 와도 버틸 수 있게 언제나 뒷주머니에 탄창 하나는 더 꼽고 전쟁을 하기 시작했다……(중간 생략) 그 때 이후 지금까지 빚이 하나도 없고 현금 보유고가 수조원대에 이르게 되었는데, 다들 죽겠다고 난리지만 우리는 10년 전에 하도 독하게 당하고 난 뒤 대비를 해서 이런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쌓아둔 현금을 가지고 있어 위험하면 투자를 아니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IMF 때와 같이 국내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위기는 없을 것이다……. 미래는 미래고 일단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 남으면 그게 내공이 돼서 다시 비슷한 시기가 왔을 때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가 있다….”

◎ 낙엽을 떨어뜨리는 이유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영양분의 98%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쓴다고 한다. 나무도 비슷한가 보다. 따라서 겨울이 오면 대부분의 나무들은 자신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자신의 일부인 나뭇잎들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뭇잎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 표면적이 넓어져 체온을 유지하는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결국 얼어 죽게 되기 때문이란다.

아울러 봄 여름에 했던 모든 성장을 멈추고 살아 남을 수 있게 외벽을 단단히 쌓는다고 한다. 우리가 다 아는 나이테가 생기는 원리다. 겨울이 춥지 않아 나이테가 단단하게 형성되지 못한 나무들은 여름에 태풍이나 폭풍우에 쉽게 부러진다고 한다. 추운 겨울을 견뎌 낸 나무만이 여름에 강력한 태풍이 불어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이 되어 있는 상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낙엽을 떨구는 나무들로부터 지혜를 빌어, 많은 한국 투자 기업들이 꼭 살아 남아, 새 봄이 왔을 때는 더 큰 기회를 잡기를 희망해 본다.

▷법무법인 대륙 상하이 사무소 최원탁 변호사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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