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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SM 엔터테인먼트의 파리 공연을 보고

[2011-07-22, 23:46:36] 상하이저널
1. 병인양요 145주년

1866년 1월초 대원군은 쇄국양이 정책의 하나로 천주교 금압령을 내리고, 9명의 프랑스 신부와 6천여 명의 조선인 천주교도를 처형했다(이른바, ‘병인박해’). 이 때 탄압을 피하여 탈출했던 3명의 프랑스 신부 가운데 한 사람인 리델이 7월 청나라의 티엔진(천진)으로 탈출해 프랑스의 극동 함대 사령관 로즈에게 조선에서의 천주교 탄압 사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보복을 요구했다. 같은 해 8월 10일부터 22일까지 강화도 및 한강에 대한 1차 탐사를 마친 로즈 제독은 같은 해 9월 15일 전함 3척, 포함 4척, 병사 1천여명을 동원하여 조선을 침략해왔다. 침략의 진짜 이유는 베트남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천주교는 군대 그리고 상인과 더불어 서구 열강의 세력 확장 수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제대로 저항조차 못해 보고 로즈 제독 군대에 의해 강화도가 함락된 후, 몇 차례의 공방을 거쳐, 같은 해 10월 1일 조선의 장수 양헌수가 549명의 군사를 이끌고 강화해협을 몰래 건너 정족산성에 들어가 잠복하여 10월 3일 정족산성을 공격해오는 프랑스군을 물리쳤다. 프랑스군은 전사 6명을 포함하여 60여명의 사상자가 났으나, 조선군은 전사 1명, 부상자 4명뿐이었다. 조선군의 정족산성 승리는 프랑스군을 물러나게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군은 1개월이 넘는 원정에 따른 병사들의 피로, 정족산상의 패배에 따른 사기 저하 등으로 10월 5일 강화도에서 철수했는데, 이때 외규장각의 도서를 포함하여 많은 서적, 무기, 금은괴 등을 약탈해갔다. 이른바 병인양요다. 당시 외규장각에는 6천 1백 권의 도서가 소장돼 있었는데, 프랑스군은 퇴각하면서 5800권을 태워버렸고, 서책 340종 중 297권의 '왕실의궤집'을 가져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프랑스에 빼앗긴 외규장각 도서라 부르는 것들이다.

약탈된 의궤들은 프랑스로 옮겨져 약탈된 이듬해인 1867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보내졌다. 이후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재불 교포 박병선 박사가 찾아낼 때까지 110여년 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 창고에서 ‘중국 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방치돼 있었다. ‘발견’ 이후 80년대 박병선 박사에 의해 두 차례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해제가 발표됐고, 국내 학자들도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움직임이 시작됐다. 서울대가 91년 정부에 도서반환 추진을 요청한 후 92년에는 주불 한국대사관이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요청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나서게 됐다.

우리는 1990년대 고속철도 사업자로 프랑스 떼제베(TGV)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약탈된 도서를 반환받을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일본의 신칸센, 독일의 이체(ICE)와 경쟁하던 프랑스는 한국의 고속철도 사업 수주에 '국운'을 걸다시피 했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93년 9월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외규장각 의궤 중 '휘경원원소도감' 1권을 건네줬다. 양국은 김영삼 대통령과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교류 방식에 의해 영구 대여'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를 두고 한국 측은 외규장각 도서를 전부 돌려받기로 했다고 발표해 버렸고, 우리 국민들은 미테랑 대통령의 '결단'에 감복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떼제베는 고속철도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미테랑 대통령이 돌아가고 나서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양국의 실무교섭에서는 프랑스 측은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10년 기탁 후 5년 단위로 자동 연장하는 방식, 즉 사실상 영구기탁하되 한국이 의궤와 동등한 가치가 있는 고서를 프랑스에 기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조건없는 '영구 대여'에서 사실상 '등가 교환'으로 바뀐 것이다.

의궤와 동등한 가치가 있는 고서가 한국에 있을 리 없고, 우리 것을 찾아오는데 의궤와 동등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또 프랑스에 주어야 한다는 것을 국민감정이 수긍할 리 만무했다. 협상은 약 20년간 교착상태에 빠졌다.

수많은 논의가 오가고 협상이 오가는 중에 끝끝내 해결될 것 같지 않던 이 문제는 단군 이래 최대 외교 행사라는 G 20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임대형식 대여(5년 마다 연장) 방식에 합의를 하면서 2011년 4월 14일 1차분 75권이 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4차에 걸쳐 297권이 마침내 모두 반환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을 돌려받아 오는데 왜 임대 방식이냐고 비난도 하였지만 약 20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결국 해결하고 의궤를 돌려받아온 것은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올해는 병인양요 145주년이다. 우리가 힘이 없어 국토의 일부를 서양 군대, 그것도 프랑스 군대에게 점령당하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강탈당했던 가슴아픈 기억으로부터 약 한세기 반이 지난 것이다.

2. 한류의 반격

2011년 6월 10일과 11일,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프랑스 파리 공연이 있었다. 기획사를 통한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SNS나 인터넷을 통하여 소문이 퍼져 공연표는 인터넷예매 15분만에 7천여장이 동이 나고 말았다고 한다.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표를 구할 수 없냐고 끊임없이 한국대사관이나 문화원에 요청을 하자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의 한 직원이 농담으로 ‘방법이 없으니 표를 구하고 싶으면 공연 한 번 더 해 달라고 한국식으로 데모라도 해 봐라’라고 한 것을 팬들이 진담으로 전해듣고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플래쉬몹 행사를 통해 그들의 방식대로 데모를 한 것을 인터넷에 띄운 것이 전세계 해외토픽이 되어 결과적으로 6월 10일 한차례 예정이었던 공연이 11일 한차례 더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가수들의 공항 도착시 수많은 팬들의 운집, 루브르 앞에서의 플래쉬 몹, 유투브를 통한 선전 등이 혹시나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광고수단이 아니었을까 쓸데없는 의심을 하던 나는, 2011년 7월 2일 밤에 MBC 에서 방송된 ‘한류!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SM Town Live in Paris’프로그램을 보고 그만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 중 아시아계는 20%도 채 되지 않아 보였고 나머지는 정말 순수한 유럽 백인 젊은이들이었다. 프랑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으로부터 온 젊은이들이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라는 노래를 그대로 따라 부르며 안무까지 완벽하게 따라하는 모습은 나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이 노래는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수 백명이 함께 플래쉬몹을 할 때 같이 부르고 춤까지 완벽하게 따라했던 노래다. 소녀시대가 나왔을 때 소리지르며 ‘GEE’ 라는 노래를 그대로 따라 부르며 춤도 같이 추는 유럽 남자 젊은이들의 모습은 나에게 왜 이리 낯설었는지….

그 밖에도 사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FX를 비롯한 SM의 기타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그대로 따라하는 유럽 젊은이들을 보면서 ‘이게 지금 무슨 현상이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한참 동안 했다.
맞춤법이 틀린 응원 표지를 들고 공연 내내 소리를 지르고 같이 따라 노래부르고 춤추고 했던 팬들이 공연이 끝나자 인터뷰에서 K-POP의 가수들을 직접 보고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며 한국 말로 ‘사랑해요 K-POP’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TV를 지켜보는 이마저 숙연하게 만들었다.
문득 김구 선생님의 백점일지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가’가 생각이 났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 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일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중>

공연이 끝나고 K-POP 가수들과 함께 했다는 영광에 가슴 떨려 울었던 유럽 젊은이들을 보며, 어느새 나도 울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그들이 우리의 K-POP을 너무 사랑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약 145년전의 아픔을 정말 세련된 방식으로, 김구 선생님의 소원대로 보복(?)해 준 SM의 이번 공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부터라도 이제 노래방에 가서 ‘옥경이’나 ‘비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2000년 이전 노래만 부르지 말고 현재 젊은 학생들이 즐겨듣는 K-POP을 많이 들어서 한 두곡 정도는 따라 부르고 가능하면 춤도 따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것에 대해서도 고맙게 생각한다. 고맙고 자랑스럽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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