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중국인 vs 인테리어부터 시작하는 한국인

[2013-03-20, 15:23:14] 상하이저널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2005년 어느 아파트에서 만난 게리왕"

2005년 봄에서 여름으로 가고 있던 시기로 기억한다. 슈퍼마켓에서 음료수와 먹을 것을 잔뜩 사 들고 걸어가는데 땀이 날만큼 조금 더운 날씨였다. 중국 친구 하나가 창업을 했는데, 위문차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알려준 주소로 가까이 갈수록, 아파트 밖에는 눈에 뜨지 않았다. 저쪽에서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반바지 차림으로…표정 만큼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무실은 어두 컴컴했다. 그냥 방 세 칸이 있는 평범한 로컬 아파트였다. 직원이 다섯이었는데, 모두 시커먼 남자들인데, 몇 일 밤을 샜는지 표정도, 옷도 그다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시큼한 땀냄새도 좀 나는거 같고, 그들이 쓰는 PC는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구식 모니터에 속도도 느려 보이는 구닥다리였다.

이 회사가 2011년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사이트, 투도우(Tudou.com)이다. 투도우의 게리 왕은 그 당시 나의 친한 친구였다. 그 전부터 쌓은 인연 때문에, 내가 도울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도왔었다. 당시에 중국보다 다소 앞서있는 한국의 인터넷 시장 관련 자료를 주었고, 서로의 고민에 대해 인간적인 대화도 나누었다. 나는 투도우를 통해, 어떻게 중국의 작은 벤처가 거대한 상장사로 거듭나는지 일련의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치, 번데기로부터 애벌레, 나비로의 진화 과정이랄까?

중국의 벤처들은 이렇게 초라하게 시작한다. 아파트에서 혹은 변변치 못한 공간에서 고작 몇 명이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간판이 중요해”

한국 기업들의 시작은 조금 다르다.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대략 수 천 만원 이상의 인테리어비를 들여 사무실을 꾸민다. 중국에서는 소위 ‘가호’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창피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총경리실(사장실)을 따로 꾸미고, 손님이 왔을 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가죽 소파도 필수다.

간판을 달고 나면 뭔가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그렇게 한국 기업은 시작을 한다. 위치가 시내 중심인가 외곽인가의 차이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시장을 테스트하던 중, 본사가 어려워지거나,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거나, 중국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고정 비용이 50%가까이 상승하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되면,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철수하기도 한다. 인테리어 비용도, 사무실 보증금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외국 기업으로서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할 수는 없지만, 너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고정 비용을 많이 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언제 어떤 상황이 닥쳐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중요하다. 길게 버티면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

시작이 다른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쟁은, 소박한 거북이와 돈 잘 쓰는 토끼의 싸움에 비견된다. 토끼가 빠르고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정비용이 큰 토끼는 길게 볼 시간이 없다. 수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하고, 졌다 싶으면 본사로 달아나게 된다.
 
잃을게 별로 없는 거북이는 공짜 마케팅에 저렴한 인건비로, 돈을 거의 안 쓰기 때문에 3년이든 5년이든 그냥 간다. 돈을 못 벌어도 그 업계에서 손가락 안에만 들면 된다는 확신이 있다. 최악의 경우, 적자라도 고객을 확보한 상태로 다른 회사에 팔면 그간의 투자금을 몇 십배로 회수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3년이 지나, 한국 기업에 포기한 시점에서 그제야 비로소 시장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거북이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중국 비즈니스, 세련됨을 버리고 투박하게 거북이 스타일로 시작하면 어떨까? 특히 본사의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기업일수록 초기 세팅시에 고정비를 최적화하는 게 좋다.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일 감정 대립 hot 2014.07.0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전쟁을 촉발했던 ‘7•7사변’ 77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미화하려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 성질 급한 한국인, 느긋한 중국인 2013.04.02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만만디? 콰이콰이!" 한국인들이 중국인에 대해 몇 가지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만만디(慢慢的)’라는 별명이다. ‘느릿..
  • 중국 비즈니스, TED가 답이다 2013.04.01
    [한우덕 칼럼] 중국 베이징에서는 지금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 회의가 한창이다. 당정 고위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을 설명한다. 가..
  • 중국기업의 해외상장 그리고 KRX에 상장된 중국기업.. 2013.03.28
    [최정식 칼럼] 상장(Listing)이란 상장(Listing)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권이 증권거래소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공개시장에서...
  • 중국 가정, 올해 뭘 사나 봤더니 2013.03.28
    [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경제지표는 회복세라지만 민간의 체감경기는 한겨울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1분기가 거의 다 지나가는데 아직도 경기가 이 모양이냐는 조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상하이 푸동, ‘무인 택시’ 탑승 시..
  2. 中 ‘관광의 자유’ 전면 추진? 관광..
  3. 中 35도 폭염에 ‘찜통’ 비행기서..
  4. 푸바오가 쏘아올린 韓 ‘쓰촨 관광’..
  5. ‘평화주의자 안중근의사와 가족 유해,..
  6. [금융칼럼] 피할 수 없는 사이 ‘금..
  7. 무더운 여름방학, ‘문화 바캉스’ 떠..
  8. 中 ‘이구환신’ 힙입어 6월 전기차..
  9. ‘툭’ 대면 바로 결제…알리페이, Q..
  10. 화웨이, 전기차 관련 특허 세레스에..

경제

  1. 中 35도 폭염에 ‘찜통’ 비행기서..
  2. 푸바오가 쏘아올린 韓 ‘쓰촨 관광’..
  3. 中 ‘이구환신’ 힙입어 6월 전기차..
  4. ‘툭’ 대면 바로 결제…알리페이, Q..
  5. 화웨이, 전기차 관련 특허 세레스에..
  6. 아마존, 中 킨들 전자책 서비스 6월..
  7. 상하이 디즈니랜드, ‘또’ 가격 인상..
  8. 테슬라, 中 장쑤성 정부 조달 명단에..
  9. 中 호출 차량 포화에 기사 수입 ‘뚝..
  10. 테슬라, 2분기 상하이 기가팩토리 출..

사회

  1. 상하이 푸동, ‘무인 택시’ 탑승 시..
  2. 中 ‘관광의 자유’ 전면 추진? 관광..
  3. ‘평화주의자 안중근의사와 가족 유해,..
  4. 상하이, 6일 연속 ‘고온 경보’…폭..
  5. 파파이스, 중국 본사 상하이 황푸구에..
  6. 상해한국상회, 쑤첸상회와 MOU 체결
  7. 12대 화동연합회 김완수 회장 취임
  8. 선전-중산대교 개통 첫 주말, 12만..
  9. 여름 성수기 中여행 이것이 달라졌다
  10. 상하이, ‘물폭탄’에 돌풍·천둥·번개..

문화

  1. 중국인들은 여름에 어떤 음식을 먹나
  2. [책읽는 상하이 244] 돌봄과 작업
  3. [책읽는 상하이 245] 채식주의자

오피니언

  1. [김쌤 교육칼럼] 다시 진로교육을 생..
  2. [금융칼럼] 중국银联 ‘유니온페이’..
  3. [금융칼럼] 피할 수 없는 사이 ‘금..
  4. [허스토리 in 상하이] 싱글, 언제..
  5. [독자투고] 상하이살이 Shangha..
  6. [무역협회] 태국의 브릭스 가입, 아..
  7.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가오카..
  8. [[Dr.SP 칼럼] 장마 후 여름이..
  9. [무역협회] 韩·中 인문 교류, 실용..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