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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방]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14-11-18, 11:03:19] 상하이저널
[책 한 권, 공감 한 줄]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존재 자체로 행복함을 깨닫게 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 오픈하우스 | 2010.04
공지영 | 오픈하우스 | 2010.04
 
 
살아갈 의미도 이유도 없어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대학교수 문유정은 세 번째 자살 시도에서 실패한 후 고모인 모니카 수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지루한 정신과 치료 대신 한 달만 사형수를 만나 봉사 활동을 해보라는 것이다.

검사, 의사...... ‘사’ 자들이 판치는 집안에서 돈 걱정 한 번 해 본적 없고 파리에 유학까지 다녀온 젊은 대학교수. 남들이 보기엔 더없이 부유하고 화려한, 아쉬울 것 없을 것 같은 문유정은 실은 열다섯 살에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말 못할 고통을 갖고 있다. 어린 날, 심부름하러 큰집에 갔다가 이미 가정을 이룬 큰집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울며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엄마는 오히려 계집애가 어떻게 웃음을 흘리고 다녔길래 그랬냐고 나무라며 딸애의 입을 막고 딸애의 따귀를 후려쳤다. 엄마에겐 어린 딸애가 당한 폭행보다 자신의 멋진 삶의 보장이 될만한 권력 있는 큰집 조카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유정은 자신의 고통을 외면한 엄마에게 엄청난 증오심을 갖고 삶에 혐오를 느낀다.

유정이가 만난 사형수 윤수는 불우한 운명의 고아로 유정과는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그에겐 가난하고 불행했던 기억뿐이다. 어린 시절을 동생과 함께 고아원에서 보내며 얻어맞고 터지고 굶주리며 살아온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왔다. 고열로 눈을 잃은 동생이 죽고 나서 윤수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한 여자, 자기 아이를 임신한 그 여자를 병원에 입원시킬 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를 찾아갔던 윤수는 마지막으로 한 건 하자는 친구의 꾀임에 들어 무고한 세 사람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친구는 도망을 가고 윤수는 친구의 죄까지 다 뒤집어쓰고 강간, 살인, 절도라는 죄명으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세상을 증오하고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희망도 갖고 싶지 않았던 젊은 청년이었다. 윤수의 이야기는 블루노트를 통해 펼쳐진다.

술술 잘 읽히는 것이 특징인 공지영의 글이지만 이 소설은 쉽게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중간 중간 울컥하게 되고 서성이게 되고 사색에 잠기게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어딘가 많이 닮았음을 알게 된다. 너무도 다르지만 살아있다는 것을 견디지 못했던 그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의 마음속에 꽁꽁 감췄던 진실을 서로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사랑과 용서를 배운다. 일주일에 세 시간씩, 목요일에만 만나는 그들은 이 시간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매일이 목요일이었으면 좋을 만큼. 하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용서와 참회, 사랑을 배우고 살고 싶은 희망이 생겼을 때 윤수는 사형집행을 받는다.

그는 천사처럼 해맑은 얼굴로 그렇게 갔다. 처형당하던 날 “살려주세요”를 외치던 윤수의 창백한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려 이 책을 읽은 며칠 동안 나는 마음이 계속 착잡하다.

‘온기가 사라진다는 것이 죽음이라면, 인간의 영혼에서 온기가 사라지는 순간 또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도 한때, 그것도 모르고 살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곳이 이미 죽음이었는지도 모르고.’

윤수의 죽음 앞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산다는 건 무엇인지, 죽음은 무엇인지, 무엇으로 살고, 무엇 때문에 사는지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책 표지에 소개된 글처럼 ‘삶의 소중함,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주는’글이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이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소중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의 오늘, 나의 순간 순간이 더욱 소중해지며 이 소중함 앞에서 숙연해진다.
▷상하이작가의방
  미란다K(grace_kwak@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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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는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20대의 나이부터 50대의 나이까지, 다양한 감성과 삶의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모였다. 매주 일요일 오전 두어 시간의 모임에서 똑같은 제목으로 두 꼭지의 글을 써서 공유하고 있다. 상하이저널이 진행하는 ‘책쓰는 상하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인 작가들의 글쓰기, 책쓰기, 시작법 등 공개 강의 과정에 함께 해왔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방’ 플랫폼은 상하이에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예비 작가들을 격려했고 신인 작가를 발굴해내고 있다. ‘작가의 방’이 상하이 교민사회에서 인문적 삶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며 문화 수준을 올리는데 기여해 나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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