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상하이의 여름도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지는 가을이 왔다. 그러나 상하이의 가을은 뭔가 모르게 섭섭하기만 하다. 거리 곳곳에서 꾸이화 향기가 유혹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돌아봐도 시퍼런(?) 나뭇잎사귀가 매달린 나무들만 많아 가을이 영 가을 같지가 않다.
길가 공터면 어디든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며 벌써 노란 물을 들이며 수줍은 듯 서있는 은행나무나 플라타나스는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가을이 가슴속으로 걸어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상하이는 가을에 낙엽이 지는 대신 새들새들 말라버린 잎사귀들이 봄이면 떨어지는가 하면, 가을이 왔다고 해서 나뭇잎에 물들는 일도 없이 늠름하도록 푸르른 색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던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며 억새들까지 못내 그리워 지는 것은 결국 한국 자체가 그리워서인지, 가을이 못내 그리워서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드디어 며칠 전, 상하이 정안사 근처를 지나다가 꿈에도 그리던 코스모스를 보고 먼저 사진기를 들이 대었다. 그러나 흐드러지던 한국의 코스모스와는 달리 짧은 다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양새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동현(ldong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