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선거 앞두고 정관 재정비 필요
해외 교민사회 곳곳 선거 과열, 재외선거 폐단 조짐
올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재외선거가 시작됐다. 일부 교민들은 분열과 반목을 우려하며 재외선거 도입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분히 진행되고 있는 상하이 화동지역의 재외선거를 지켜보며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며 교민들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 교민사회 곳곳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며 재외선거 폐단을 드러냈다. 여전히 명쾌한 결말을 짓지 못한 채 12월로 미뤄진 재중국한국인회 회장선거가 그 중 하나다. 처음으로 경선체제에 돌입했던 재중국한국인회 선거는 끝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교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한국인회에 대한 불신의 벽을 쌓게 했다. 선관위 해임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선거가 무산된 후에도 금권선거에 대한 제보와 학력•경력 위조 자료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 거주 8년째인 교민 S씨는 “해외 교민들에게 준 재외선거 투표권을 악용해, 교민 권익신장은 뒷전이고 개인 명예욕에 사로잡힌 결과”라고 꼬집는다.
또한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OKTA) 회장 선거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결국 한 후보자의 사퇴로 잠잠해졌지만 선거과정에서 개인 신상 털기 수준의 상대 후보자 약점을 들추며 시끄러운 선거를 치뤘다. 또 미주 한인사회는 지역 한인회장 선거가 법정소송까지 번지면서 ‘미주 한인회장은 미국법원에서 뽑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 특히 과열양상을 띄었다. 심지어 ‘선거가 끝난 뒤 법정 싸움을 막기 위해 문제의 소지가 많고 불합리한 규정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중재센터제도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곳곳의 불미스런 선거과정을 지켜본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는 12월 7일 회장선거를 앞두고 오는 24일 선거관리규정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한국상회 내부적으로 이미 A씨, L씨, J씨 등 두세 후보가 출마의사를 밝힘에 따라 상해한국상회 회장선거 역사에서 첫 경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해한국상회 회원사인 A업체 관계자는 “재중국한국인회에 이어 상해한국상회 회장 선거가 경선이 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해외까지 나와 지역과 정치성향 등을 운운하며 파벌 경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상해한국상회 이평세 고문은 “경선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짧은 교민역사에서 서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므로 조심성 있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선거에 영향 줄 것을 염려해 말을 아낀다.
현재 상해한국상회는 별도의 선거관리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다. 전체 회칙 내에 <임원의 선출> 조항만 있을 뿐이다. ‘입후보자가 다수인 경우 비밀투표에 의해 최다득표자를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입후자 자격 역시 임원회의에서 정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인 자격요건은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기소중지자는 임원으로 선출할 수 없다’는 항목이 전부다.
여기에 지난해 정관개정을 거쳐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하는 본회의 특성상, 임원의 자격으로서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임원의 직무>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개정 당시에도 ‘정치적 중립’의 명확한 규정없이 어느 정도까지 적용시킬 것인지 애매하다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로 허술하다.
3페이지 분량의 선거관리규정을 갖추고도 ‘정관에 어긋난 후보등록-선관위 해임-선거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재중국한국인회의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명확한 선거관리규정 못지않게 규정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 선관위의 구성과 직무수행 조항도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인 이제승 한국상회 고문은 “상하이에서 경선은 처음인데 과열과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을지, 또 선거 이후 불안정하게 움직이지 않을지 우려된다”라며 “경선에 앞서 예비 후보자간 서로 대화를 통해 단일 후보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교민사회 안정을 위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경선으로 가더라고 서로 페어플레이해서 갈등 없이 서로 이해해주는 선거분위기를 이끌었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