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북·중 경제 박람회' 안용현 특파원 르포]
"수산물 수입위해 北어선에 기름·쌀까지 댔는데 연락 끊어"
작년 12억弗규모 투자의향서 체결… 실제투자 거의 없을 것
올해 北 130개기업 참가… 단둥 조선광선은행 업무 재개
굴착기·엘리베이터 등 北반입 늘어 채굴·건설 진행 증거
북·중의 최대 규모 경제 행사인 '제2회 북중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가 10일 랴오닝(辽宁)성 단둥(丹东)에서 개막했다.
개막식에서 만난 황길남(여) 평안북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에게 "관광이나 무역 분야에서 작년보다 더 많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11일 문을 여는 5만㎡ 규모 무역 전시장에는 130여개 북한 기업이 부스를 설치하고 있었다. 평양에서 온 '무역 일꾼'이라는 A씨는 "중국이 조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둥의 사업가들은 대북 투자에 대해 냉담하게 반응했다. 조선족 사업가 P씨는 "북한에서 갖고 나온 순도 높은 금광석이나 철광석을 보여주며 투자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투자의향서(MOU)를 쓰고 북한에 가보면 폐광에 가깝거나 다른 투자자와 이미 계약한 광산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 수산물을 들여오는 K씨도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겨울 북한산 대게를 수입하려고 했다. 조선(북한) 측에서 '배를 띄울 기름이 없다'고 해서 기름을 줬고 '선원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쌀도 줬다. 그랬더니 연락을 끊더라"고 전했다. K씨는 "지금 대북 사업가들은 (북한의) 실물을 봐야지 거래한다"며 "한두 번 속은 게 아닌데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중국 측은 단둥 박람회에서 총 72건, 12억6000만달러(1조3500억원) 상당의 무역·합작의향서가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의향서만 썼을 뿐 핵실험(2월) 등 북한 도발 때문에 실제 투자한 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중 우의(友誼) 사진전에서 북한은 평양·개성·금강산·백두산·묘향산·칠보산·원산 등 관광지 사진만 165점을 출품했다. 이영철 북한 관광총국 관광지도국장은 개막 축사에서 "김정은 원수님 영도 아래 마식령 스키장이 (착공) 1년도 안 돼 완공을 앞두고 있고, 칠보산·금강산·원산 등이 국제적 관광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길남 평북 인민위 부위원장도 스광(石光) 단둥 시장에게 금강산 등 북한 명승지를 직접 소개했다.
그러나 9월 초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중국 관광객 20여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등 북한 관광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은 9월 초 지린성 옌지(延吉)공항에서 북한 전세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한 뒤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 중 20여명이 금강산에서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현지 병원에 치료약이 없어 중국으로 급히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이 사건은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도 소개됐다.
한편 단둥의 최근 분위기는 지난 2월 핵실험 직후와 비교하면 상당히 풀렸다는 관측이 많다.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곳이다. 북한은 이번 박람회에 공연단 115명을 포함해 500여명을 파견했다. 지난 4월 '단둥 미술·여행박람회' 때 대표단을 사실상 보내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북·중을 오가는 물자 통관도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핵실험 직후 영업을 중단했던 단둥의 조선광선은행도 무역 대금 결제 등의 업무를 재개했다.
북한에서 나오는 물자는 무연탄·철광석 등으로 이전과 비슷하다. 반면 들어가는 물자는 굴착기 등 광산 설비와 엘리베이터 등 건축 관련 자재가 늘었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외화벌이를 위한 채굴과 김정은 치적용 건설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란 증거"라고 말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중장비 가운데 무기(武器)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도 있지만 '상업용'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중국 측 제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박람회는 신(新)압록강 대교가 연결되는 단둥 신도시에서 열렸다. 내년 상반기 완공되는 신압록강 대교는 상판 대부분이 연결된 상태다. 단둥 신도시는 '북한 특수'를 겨냥해 50만명 수용 규모로 건설됐지만 현재는 입주율이 10%도 안 돼 '귀성(鬼城·텅 빈 도시)'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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