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사람이 소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신분증 중 하나다. 해외여행을 할 계획이 있다면 여권을 소지하는 것은 필수다. 여권의 가장 넓은 의미로는 모든 여행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 넓은 의미로는 외국에 여행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 좁은 의미로는 외국에 여행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권의 색상이나 디자인은 각 나라의 종교나 정치적 또는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여권만 보고 그 나라가 어느 문화권에 속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같은 여권 색을 가진 나라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한국의 여권은 어떤 의미가 있고, 2020년부터 발급될 차세대 여권이 녹색에서 남색으로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여권은 1988년부터 발행됐다. 이때부터 줄곧 일반 여권은 녹색으로 발행되었는데, 외교부 여권 업무 담당자는 현재 발급되는 초록색 여권에는 큰 의미가 없고 질리지 않는 무난한 색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녹색 여권을 사용한 이유가 눈에 띄지 않게 하여 도난 위험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말도 있다. 녹색 여권은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색상의 여권이다. 예외인 국가도 있지만,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녹색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녹색 계열의 여권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1975년 체결된 서아프리카 경제 공동체를 결성한 나라 또한 모두 녹색의 여권을 사용한다.
여권의 디자인이 35년 만에 바뀐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듯이 이슬람 국가가 녹색 계통의 여권을 많이 사용하는 까닭에 우리나라 국민이 한국 여권을 제시하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 게시판을 보면 '대한민국을 상징하기에 녹색은 적합하지 않다.', '심지어 태극기에도 녹색은 찾아볼 수 없다'라는 의견의 국민청원 글도 다수 올라와 있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20년에는 녹색에서 파란색 계열로 바뀐다고 발표했다.
이번 확정된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은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협업을 통해 지난 10월 15일에 공개한 여권 디자인 시안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선호도 조사와 정책 여론조사를 반영한 것이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표지의 색깔이다. 온라인 선호도 조사의 69.7%, 정책 여론조사의 65.8%가 새로운 여권의 색상으로 남색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반여권은 남색, 관용여권은 진회색, 외교관 여권은 적색으로 결정되었다. 표지 색상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변경된다. 표지이면은 한국의 상징적 이미지와 문양들을 다양한 크기의 점들로 패턴화하여 전통과 미래를 표현했다.
속지도 기존에는 숭례문과 다보탑이 각 면에 번갈아 인쇄되어 있었던 반면, 신규 디자인은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인쇄돼 있다. 재질 또한 변경된다. 가장 중요한 신원 정보가 인쇄된 부분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변경될 예정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OECD 국가 36개국 중 15개국이 선택하고 있는 여권 재질로서 내구성뿐만 아니라 외부 충격, 화기로부터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여권의 보안성 역시 강화했다.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또한 사라졌다. 또 기존에 영문자 한 개와 8개의 숫자로 조합했던 여권번호에 영문자 한 개를 추가하여 향후 새롭게 발급될 신규 여권번호의 수량을 확보하고 보안성도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사용 중인 여권은 유효기간 만료 전까지 사용이 가능하며 유효기간 만료 이전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여권을 반납한 후 차세대 여권으로 교체할 수 있다.
학생기자 조현서(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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