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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밥 출생의 비밀

[2020-06-25, 05:41:50] 상하이저널

최근 상하이에서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자 식당은 예전처럼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국 식당에서 식사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공깃밥을 주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식당과 달리 대부분의 한국 식당은 모두 둥글 납작한 그릇에 얇은 뚜껑의 스테인리스 용기에 밥을 담아 손님에게 제공해 주고 있다.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이 ‘공깃밥’은 어떻게 오늘날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단지 가볍고 튼튼한 스테인리스가 가진 뛰어난 성능과 장점 때문일까? 한국 공깃밥의 탄생과 보급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공깃밥은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공깃밥 탄생의 배경

과거 한국은 스테인리스 그릇이 아닌 놋쇠로 만든 주발 또는 사발에 밥을 담아 먹었다. 공깃밥 탄생의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907년부터 1970대까지, 약 55년간 한반도에서 전개된 ‘절미운동(節米運動)’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말과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인은 심각한 쌀 부족 현상에 시달렸다. 이에, 조선총독부는 한국인의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절미운동을 강력히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1950년, 비극적인 6.25 전쟁마저 발발하자 한반도는 토지의 황폐화로 기아와 빈곤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 이어 1960년대, 대한민국 농림부는 쌀 절약을 위해 정부 주도 절미운동을 전개했고 무미일(無米日)을 지정했다. 무미일로 지정된 날일 경우 음식점, 여관, 상점 등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쌀을 원료로 하는 모든 음식을 판매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초, 경제 발전으로 인해 절미운동은 쌀 소비량의 상승으로 내리막길에 이른다. 

임금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외식 수요도 증가했다. 외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당들은 밥의 양을 두고 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가게마다 균일하지 않은 밥의 양으로 다툼이 심화되자 1970년대 정부는 식당에서 판매할 수 있는 밥그릇의 크기와 쌀의 양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공깃밥의 탄생과 보급

1974년 12월 4일, 서울특별시는 비교적 많은 양의 쌀을 필요로 하는 돌솥 밥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스테인리스 용기의 공깃밥을 사용하도록 명령했다. 당시 구자춘 서울특별시장은 공깃밥의 지름을 10.5cm, 높이를 6cm로 정하는 등 규격에 대해 세세하게 규정했다. 또한, 정부는 쌀의 양을 규제하기 위해 밥을 5분의 4 정도 담으라고 지시했다. 위 규정을 1회 위반할 경우 1개월 영업정지, 2회 위반할 경우 영업 허가 취소라는 강력한 처벌이 따랐다. 이후, 밥그릇 규격화 정책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전국의 모든 식당에서는 통일된 규격의 공깃밥을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의 밥그릇 규격화 단속은 1970년대 중순부터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벼 품종을 개발 중이었던 정부와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마침내 ‘통일벼’를 개발해내면서 쌀 생산량은 30% 증가했기 때문이다. 1976년, 꿈에 그리던 3621만 석의 수확량을 달성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쌀 소비 억제 정책과 무미일을 폐지하게 된다. 

이제는 세계 최고 다수확국가 중 하나로 거듭한 한국이지만 전국의 식당들은 여전히 스테인리스 용기의 공깃밥을 사용하고 있다. 공깃밥의 탄생과 보급에는 한국의 열악했던 식량 사정에서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 그리고 통일된 양을 위해 공깃밥을 하나의 도량형으로 쓰게 한 당시의 현실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식당이 하나같이 비슷한 밥그릇을 사용하는 공깃밥 문화 뒤에는 어려웠던 지난 시절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애정이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학생기자 박준용(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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