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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입시가 바로 코 앞

[2021-06-29, 12:37:46] 상하이저널

한국에서의 지필과 면접을 치르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드디어 오늘 새벽같이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 가지는 않지만, 같이 떨리고 힘든 마음으로 건강하고 무사히 잘하고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맘이 되었다. 한글로 쓰인 수험생 모집 요강은 처음부터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머릿속은 뒤죽박죽되어 심란했던 몇 개월이었다. 

작년이나 올 상반기 입시를 먼저 치르신 분들이 친절하게 입시비법을 전수해주었건만 걱정만 되었고, 같이 준비 중인 학부모들도 거의 첫 번째인지라 선생님께서 단톡방에 올려주시는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여기 오래 산 나도 이 지경인데, 한국을 다녀와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코로나로 인해 여간 복잡하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여겨졌다. 더욱이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가야 하거나, 중학생인 동생이 혼자 생활하며 학교에 다녀야 하는 강제적 독립에 봉착하는 난감한 상황도 되었다.

거사를 앞두고 나는 거꾸로 여유를 좀 내봤다. 작년부터 하던 아르바이트를 잠시 그만두고, 요즘 바람을 제대로 쐬지 못한 나에게 전시회 나들이 선물을 하기로 했다. 언제부터인가 시내에 위치한 성당에 다녀오는 차창으로 대면하는 풍경이 내게는 동네를 벗어나는 유일한 시간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마저 없어진 후론 집과 아르바이트 지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반복했다. 

예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갤러리와 공원 순례 다녔을 때는 가는 곳마다 도로를 닦고, 건물을 올리고, 고가를 세우느라 소음과 희뿌연 황사에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꼈었다. 그런데 갤러리를 향하는 말끔한 조경의 와이탄 강변길을 걷노라니 드리워진 햇볕과 적당한 바람이 유난히 상쾌했다. 그날 방문했던 전시회는 어둠에 흐르는 빛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좋은 비디오아트전과 햇살이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천장 높은 하얀 갤러리에 아크릴 물감으로 계획•조합한 명료하고 밝은 작품들이어서 마치 흑과 백의 대비 같았다. 

이제 코로나와 아이들에게서 좀 벗어난 동반의 모습을 담아주려 서로 아낌없이 셔터를 누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직 5~6년은 더 상하이에 머무를 계획인 언니는 나에게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상하이에 놀러 오라 했다. 뜻밖의 제안에 두꺼운 솜 바지 사이로 빨갛게 얼은 두 볼 같은 엉덩이를 ‘까꿍’하며 내놓고 놀던 상하이 아가들의 매력 발산이 몇십 년 전의 일인 듯 새삼스러웠다. 명품 아울렛이 즐비한 거리를 나서 작은 골목으로 한 발짝만 들여놓아도 백 년은 묵은듯한 때가 내려앉은 가겟집과 전선 뭉치들이 굽이굽이 휘감은 여염집들이 이루는 풍경은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듯 치명적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어제 아이는 장도식을 마치고 선물 받은 초코바니, 젤리 등이 담긴 투명한 가방에 공중으로 떠다니는 하늘색 풍선을 묶어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12학년 반톡에는 풍선으로 단장한 음악당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어떤 신성한 의식이 행해졌음 직했다. 일렬로 늘어선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와 담임 선생님께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응원해주셨다는 후일담이다. 아마 길었던 청소년기를 마무리하고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하는 수험생들에게 호그와트의 강당에서처럼 용하다는 마법을 걸어주신 모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님의 뒷바라지까지 해주신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수험생이라는 힘든 여정을 가는 아이와 기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입시를 준비하던 힘겨운 그 모든 과정이 축복이 되기를 빈다.    
                              
여울소리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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