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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성대국의 허상(고영환)
2012-04-11, 10:57:16 바다거북
추천수 : 143조회수 : 1499

김정일은 1998년 국방위원장에 취임하면서 김정일 시대의 통치목표로 이른바 “강성대국” 건설을 제시하였다. 김정일의 강성대국 목표는 북한을 김일성 생일 100돌을 맞는 2012년 4월 15일까지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며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움 없이 사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반열에 올려 놓는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김정일은 세계적인 추세인 개혁․개방을 반대하면서 극도의 폐쇄정치를 실시해 2~3백만의 아사자를 생기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절망에 빠진 주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본능적으로 알아내는 “재능”을 가진 김정일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강성대국” 건설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을 만큼 극심한 어려움에 처했던 북한 주민들은 “강성대국” 이상에 한줄기 희망을 걸었다. 이러한 이상으로 북한의 김정일은 14년 동안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 북한은 강성대국 발표를 불과 수일 앞둔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강성대국”은 커녕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의 나라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빠져있다. 청진과 함흥 등 공업지대는 물론 이름난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도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이 눈앞의 한 끼 끼니와 땔감조차 없는 상태이다. 치료할 약도 없어 고통을 덜어내는 방편으로 혹은 현재의 절망을 잊기 위해 없어 “빙두”(ice)라고 불리는 북한산 마약에 빠져 있다. 배고픔에 못이겨 환각 상태를 일으킨 사람들이 사람을 죽여 “인육”을 먹고 있으며 거리에서는 이른바 “담배 파는 여자”라고 불리는 젊은 여자들이 쌀과 약을 사기 위해 몸을 팔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매춘부”들의 대열에 떳떳한 직업을 가진 여의사들까지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강성대국이 어디에 있는가.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김정일에 이어 3대째 권력을 이어 받은 김정은은 4월 15일의 이른바 “태양절”을 맞으며 당대표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 소위 “광명성 3호라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태양절 100돌 경축 정치행사, 북한군 창군 80돌 군사퍼레이드 진행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치 군사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는데 한두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4. 15 기념예술축전에 23개국에서 800명의 예술인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축전에 참가하는 외국예술인들의 자질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 예술인들을 비행기로 날라와 호텔에서 먹이고 재우며 상금까지 주는데 일인당 1만 달러만 잡아도 800만 달러가 들어간다. 4.15 당일 오전 군중시위, 국가연회, 저녁 횃불행진 진행에 드는 돈과 4월 25일의 창군 80돌 군사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데에 최소 수억 달러의 막대한 거금이 들어간다. 더 중요하게는 북한이 강행하려고 하는 장거리 미사일 1회 발사에만 8억 5천만 달러의 외화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돈은 북한이 외국에 구걸하지 않고 주민 전체를 최소 1년간 먹일 수 있는 식량을 사들일 수 있다.

김정은이 주민들의 가장 초보적인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상최대 규모의 행사들을 진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것은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 지도부가 북한주민들의 배고픔 따위에는 아예 관심도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반대로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강성대국의 허상을 심어주어 내부결속을 다지며 당과 군대의 지지를 얻어 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유지하고 핵과 미사일만 개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것이 있다. 주민들의 한 끼 끼니와 땔감 같은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지 않으면 언제든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김정은은 이제라도 “先軍”을 “先民”. “先經” 으로 바꾸어야 한다. 주민들을 빈말과 허상으로 기만할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해 주민들의 생존문제인 의식주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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