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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 교육칼럼] 다시 진로교육을 생각한다

[2024-06-29, 06:30:07] 상하이저널
[사진=2018년 11월 상해중학 중학생들 대상 진로강연]
[사진=2018년 11월 상해중학 중학생들 대상 진로강연]

최근 몇 달 사이에 나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들이 있었다. 전형적인 차이를 갖고 있는 세 학생이 자신만의 도전을 통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들이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A 학생은 학업이 뒤처진 친구들 공부를 가르쳐 주게 되면서 맘고생도 심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본인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덕분에 학교라는 공동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학교 재단에서 수여하는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거의 전과목 우수상들을 휩쓸고 요즘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명문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호기심 많은 B 학생은 자신의 창의력을 살려 교내 투자대회에 나가 우승하여 사업자금을 받았고,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비즈니스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으며 다른 나라에 있는 학생과 협업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아시아 최고 레벨의 대학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리더십 캠프에 선발되었고, 신소재공학 교수가 성인 상대로 제공하는 인턴쉽 프로그램에 유일한 고등학생으로서 방학 동안 참여하게 되었다. 

C 학생은 ‘성적보다 성격이 중요하다’고 합리화하면서 공부를 잘 안 했었는데, 봉사활동을 계기로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라도 실력이 필요하다고 자각하게 되면서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TEDx의 큰 무대에서 당당하게 발표하였다. 워낙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해서 남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던 친구였는데 스스로 원고를 쓰고 모니터링 하며 연습하고 점검했다. 게다가 마음잡고 공부한 결과, 생애 처음으로 교과목(IB Korean) 학년 우수상도 차지하게 되었다. 

이 학생들의 공통점은 ‘변화’와 ‘도전’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과제가 있다. 어떤 친구는 교우 관계가 도전 과제이고, 어떤 친구는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게 도전 과제이다. 또 어떤 친구는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성격이 도전 과제이다. 성적이 고민인 친구들도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사람들은 불편하면서도 견고한 관성을 넘어서려면 더 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므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어지간해서는 고칠 엄두를 못 낸다.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하려면 중력을 거스르는 것만큼의 도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한다. 그러한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넓은 의미의 진로 교육인 것이다. 

지금도 ‘진로 교육’이라고 하면 진학지도나 직업 선택을 위한 준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줄로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진로교육은 1980년대에 도입된 이후 계속 성장하여 2000년대 후반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진로교육은 아직도 과거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진학이나 직업에 맞춰져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적순으로 서열화된 대학에 갔고,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취업시장에서 유리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학부모님들이 좋은 성적만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든 선택지가 생길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고 이 또한 바뀔 것이다. 학창시절에 성적 좋았던 것만으로 직장생활 하기 어렵다는 것은 부모님이 이미 가장 잘 아실 것이다. 

5, 6년 전 상해중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에 관한 강연을 했었다. 그때 한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 아이가 벌써 8학년이라 마음이 급해요. 일단 대학 문턱은 넘겨놓고 진로는 차차 생각해 보라고 할게요.” 
 
그때 중학생이었던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요즘 중2병보다 더 무섭다는 대2병을 겪을 나이다. 슬슬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되겠는데 ‘공채 종말’의 시대에 대기업은 ‘중고 같은 신인(경력자)’만 선호하고, 자퇴해서 의대 행렬에 합류하려니 자신 없고, 공무원은 적성에 안 맞는다면 고민이 많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잘 알고, 자신에게 주어진 도전에 맞닥뜨릴 때마다 자신 있게 방향을 정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변화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성장과 성숙,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성취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김건영 (맞춤형 성장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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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며 글을 쓴다.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코칭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청소년 인문캠프, 어머니 대상 글쓰기 특강 등 지역 사회 활동을 해왔으며, 도서 나눔을 위한 위챗 사랑방 <책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저널과 공동으로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을 위한 프로젝트 <청미탐>을 진행하고 있다. 위챗 kgyshbs / 이메일 thinkingnfuture@gmail.com / 블로그 blog.naver.com/txf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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