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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영E&C 정한영 회장

[2015-08-20, 11:55:11] 상하이저널
[인터뷰]
중국사업 15년 핵심기술은 ‘긍정’의 힘
한영E&C 정한영 회장

 
반도체 크린룸용 판넬생산의 일류기업 ‘한영E&C (Engineering & Construction)’가 중국진출 15년을 맞았다. 2001년 클린룸 업계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삼우E&C 차이나’의 새로운 이름이다. 상하이 교민들에게는 정한영 회장이 이끄는 기업으로 통한다. 중국에서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많은 한국기업들이 겪었던 우여곡절을 한영E&C도 지나왔다. 15년이 지난 현재 중국 내에는 상하이뿐 아니라 쑤저우, 난징, 톈진, 옌타이, 광저우 등 곳곳에서 한영E&C 이름을 내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2008년 베트남, 2010년 말레이시아에 이어 작년에 몽고까지 진출했다. 3개 국 모두 동종업계 최초다.

여행가방 달랑 들고 온 중국, 벌써 15년

“2001년 여행가방 하나 들고 왔던 중국이다. 당시 한국 삼우E&C(현, 다산PNG) 상하이 대표처를 정리하기 위해 중국에 왔다. 청산절차를 밟는 중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이후 15년동안 중국 전역에 한영E&C 깃발을 꽂게 됐다.”

정한영 회장의 중국 비즈니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진출 초기의 기회는 한국 대기업들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생겼다. 삼성, LG, 하이닉스 등 한국 대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 내 유일한 한국 클린룸 업체인 한영E&C(당시 삼우E&C 차이나)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차츰 다양한 업종의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신도리코, 아모레, 콜마 등의 공사도 맡게 됐다.

탤런트 출신 기업인, 외모만큼 오해도

정 회장은 MBC TV 탤런트 공채(9기) 출신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과 잘생긴 외모덕분에 어느 자리에서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4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단번에 공채 탤런트시험에 합격하고 고속도로 인생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단역 하나 맡기도 어려웠다. 스물다섯에 매일 방송국만 오가는 동생을 보다 못한 형님의 제안에 따라 한국을 떠나게 됐다.”

정 회장은 탤런트를 준비할 만큼 여유로운 성장기를 보냈을 거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5형제 중 막내인 그는 학비가 없어 어렵게 학교를 졸업할 정도였다. 60년대 한국 서민가정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와 빈곤했던 학창시절 에피소드로 추억을 더듬는다.

미국생활 20년 경험, 중국사업 밑거름

탤런트의 꿈을 털어낸 정 회장은 1978년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영어가 안되는 대부분의 한국 교포들이 걸었던 길을 나 역시도 걸었다. 교민들에게 한번도 하지 않았던 얘기다. 나의 미국생활은 사무실청소, 페인트공, 플리마켓 물건판매, 구두수선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육체노동의 연속이었다. 이후 결혼을 통해 딸 셋을 얻었고, 미국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가정을 중심으로 일상을 이어갔다.”

1978년에 시작한 20여년간의 미국생활은 2001년 잠시 출장 다녀오겠다며 중국으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이렇게 50살에 중국에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중국과 비즈니스 풍토가 다르지만 미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한영E&C를 일군 밑거름이 된 것이다.

위기 앞에 희망을 찾는 ‘긍정왕’

“가능성을 보고 중국사업을 시작한 지 1년만에 더 이상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첫번째 위기였다. 고생을 사서하는 구나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를 거쳐 2009년 하청업체의 과실로 공사현장이 무너지면서 중국사업을 접고 집까지 팔아야 하는 절명의 순간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운 좋게 극복했다고 웃어 보인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국면을 전환시키는 정 회장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한영E&C는 정 회장의 타고난 비즈니스적인 감각으로 일궈 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찾는 정 회장의 ‘긍정’마인드가 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역시 15년 중국사업 성공노하우를 ‘긍정’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만큼 한영E&C의 핵심기술은 정한영 회장의 ‘긍정’마인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위기극복 이후 2010년은 정 회장에게 ‘전화위복(轉禍爲福)'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해다. 상해한국상회 회장으로 임명돼 상하이 엑스포에서 대통령을 접견했고, 둘째딸 정소라 양이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됐으며, 2년뒤 셋째딸 정유리 양이 미스코리아 서울 미로 당선되는 행운을 안게 됐다. 해외사업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중국에서의 경험과 인맥, 한중 가교역할에 쓸 터

교민들은 기업인 정한영 보다 콧수염 난 상해한국상회 회장, 미스코리아 아빠로 기억한다. 정 회장 역시 상하이교민의 가까운 이웃으로 남기를 바란다.

“나에게 꿈이 하나 생겼다. 베트남에서 20여년간 기업을 운영한 LG화학 법인장 출신이 재작년 베트남 한국대사로 임명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분이다. 외교관도 정치인도 아닌 기업인 출신이 한국대사가 되는 것에 큰 울림이 있었다. 어떤 직책에 대한 꿈이 아닌, 나이가 들어서도 중국에서 교민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중국에서의 오랜 경험과 인맥을 한국과 중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데 쓰겠다는 정한영 회장, 중국사업 15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기업인의 남다른 꿈을 응원한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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