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림태주 저 | 행성B잎새 | 2015년 05월 20일 |
|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그대가 있었다
이 책은 2015년에 출판되었으며, 차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글들이 묶여 있고, 마지막 챕터는 시인의 계절이라는 소제목에 몇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봄 편 첫 글은 <어머니의 편지>, 어머니의 유언 형식이다. 처음부터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어머니의 유언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아리게 한다.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ㅡ 부박하기 그지없다. 네가 어미 사는 것을 보았듯이 산다는 것은 종잡을 수가 없다. 요망하기가 한여름 날씨 같아서 비가 내리겠다 싶은 날은 해가 나고 맑구나 싶은 날은 느닷없이 소낙비가 들이닥친다..... 너는 네가 세운 뜻으로 너를 가두지 말고, 네가 정한 잣대로 남을 아프게 하지도 마라...... 세상 사는 거 별거 없다. 속 끓이지 말고 살아라...... 나는 너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키웠다. 내 자식으로 와주어서 고맙고 염치없었다. 너는 정성껏 살아라.ㅡ
겨울 편 마지막 글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다. 작가의 어머니 사랑이 얼마나 깊고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아들이지만 어찌나 어머니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지,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어머니의 사랑에서 나온 듯하다. 어머니의 따스함이 애틋함이 구석구석 묻어있다.
ㅡ 일생이 사랑인 직업, 어머니라는 직책을 한 번도 내려놓지 않으신 당신을, 아들은 살아갈수록 그리워합니다. 당신 덕분에 세상에 와서 나는 붉은 사랑을 했습니다......메마르지 않는 당신의 영혼에서 흘러내린 사랑의 물로 마지막 한 떨기까지 염염한 꽃을 피우고 가겠습니다. 사랑이 끝나면 나도 여기에서 사라지고 없을, 그토록 붉은 사랑의 사명을 마치고 당신 곁으로 가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ㅡ
이 책은 작가의 세밀한 표현들과 재치 있는 발상들, 우리말의 섬세함과 풍성함이 돋보이는 글이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산문에서 큰 위로와 감사, 그리움과 웃음들이, 고향의 냄새들이 솔솔 피어오르게 한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 아들의 꿈을 접게 했던 어미로서 더욱 공감되고 가슴이 시린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제일 먼저 아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고, 성경책 다음으로 여러 권을 구입한 책이기도 하다.
마음이 허허로울 땐 봄햇살처럼 따스하게 위로가 되고, 같이 울어주고, 같이 아파하고, 토닥토닥 해주는 글들이 좋다. 외로움이 찾아올 땐 고향 동무를 만난 듯 어릴 때 성심껏 뛰놀았던 장면들이 웃게 하고 힘이 되는 이 책을 오래오래 곁에 둘 것 같다.
사이사이 선물처럼 들어있는 그림들도 너무 좋아 마음이 푸근해진다. 고향산천을 떠올리게 하는 사계절의 풍경들이 이국에서의 낯섦과 그리움,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따뜻한 그림들이 더욱 글들을 돋보이게 한다.
시는 눈에 넣는 그림이 아니라 심장에 넣어 입으로 토하는 음악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심장에 꽂히고 마음 절이게 하는 시 또한 작가의 삶을 오롯이 잘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슬픔은 짝이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종종 짝이 되어 오래도록 되새김질하게 한다.
작가의 마음 밭에는 다양한 고향의 꽃들이 피고 지고, 여러 모양의 사랑과 우정이 켜켜이 쌓여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나도 작가를 흉내내어 내게 주어진 모든 환경과 사람들을 붉게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허홍숙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