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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7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5-02-14, 06:43:25] 상하이저널
룰루 밀러 | 곰출판 | 2021년 12월
룰루 밀러 | 곰출판 | 2021년 12월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기이한 심연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밀러의 책에 매료되고 말았다” -뉴욕 타임스

신비로운 책 표지와 흥미로운 제목이 매력적인 이 책은 과학 서적이자 전기이자 에세이다. 

과학 기자이자 이 책의 작가인 룰루 밀러는 일곱 살 때 가족여행으로 떠난 섬에서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활기 넘치게 일하고 학생들에게 헌신적이며, 자상한 남편인 아버지는 ”인생의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라고 말씀하셨다.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알려준 아버지의 대답은 밀러의 마음을 차갑게 만들고 사는 내내 머릿속을 사로잡았다. 

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히려 좀 더 자유로워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을 일곱 살의 아이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 서늘해지는 대답이 있을까? 

유년 시절, 그녀는 몇 가지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었다. 그 일들은 그녀에게 해서는 안 될 선택까지 하게 했다. 다행히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 그 후 대학에 들어가서 엉뚱하고 괴짜 같은 곱슬머리 남자를 만나 일상을 함께하며 길고 긴 혼돈의 삶 속에서 안식처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밀러의 충동적인 실수로 그들의 관계를 무너트리는 일이 생겼고 그녀는 열심히, 충분히 뉘우친다면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으며 몇 년을 기다렸다. 기다리면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던 중 생각난 사람이 바로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었다. 데이비드라면 혼돈 속에서도 끈질기게 지속할 수 있는 핵심적인 비결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여덟 살 때 밤하늘의 별에 호기심이 생겨 밤하늘 전체에 질서를 부여했다. 그것을 분류하는 데 5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그 상으로 그는 스스로에게 스타라는 미들네임을 부여했다. 그 후 지상으로 관심을 돌려 지도를 만들고, 꽃들을 관찰하고 수집했으며 대학에서는 분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도 꽃을 수집하며 지내다가 유명한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의 “해변에서 강의하는 자연사 수업” 캠프에 참여하게 돼 페니키스 섬으로 가게 되었다. 데이비드는 그곳에서 바다의 물고기들을 처음 접했고 페니키스 섬을 떠나서도 계속 어류 수집을 했다.

(루이 아가시는 자연 속에 신의 계획이 숨어져 있고 그것들을 등급에 따라 잘 배열하면 완벽한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꼭대기엔 인간이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퇴화의 위험성도 언급했다.)

이 학교 저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정부의 일도 맡아 하게 된 데이비드는 34살에 인디애나대 학장, 39살에 스탠퍼드대 초대 학장을 맡게 되었다. 그는 물고기에게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물 위로, 강으로, 호수로 나가 다양한 표본들을 낚아 올렸다. 그리고 그 모든 생물에 등급을 매겼다.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하던 그에게 두 번의 혼돈이 찾아왔다. 첫 번째는 1883년 연구실에 난 화재로 모든 표본이 하나도 남김없이 소실되었던 것이다. 한 시간 동안 타오른 불길이 그가 평생 해온 일을 거의 다 수포로 돌려놓자 데이비드는 한 가지 답을 내놓았다. “당장 출판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시련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었다. 천 개에 달하는 표본과 이름표들이 모두 연구실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때 데이비드가 내놓은 답은 바느질이다. 바늘을 꺼내 표본의 살갗에 이름을 곧바로 꿰매었다. 위기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룰루는 데이비드가 쓴 수많은 글들과 전기를 찾아보게 되었다. 

데이비드는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사건 이후 본인에 대해 “그토록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일은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인간은 자연이 이미 만들어 놓은 질서를 발견하는 것뿐이라던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공격했지만, 시련의 시기에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이러한 대혼돈 속에서도 데이비드가 끈질기게 나아갈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끈질긴 투지, 그릿이었을까?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일어나기 일 년 전, 데이비드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제인 스텐퍼드가(스텐퍼드 대학 설립자) 독이 든 물을 마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 후 그녀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떠난 하와이에서 ‘쓴맛’이 나는 수프를 먹고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인은 베이킹소다 병에 집어넣은 ‘스트리크닌’에 의한 사망이었다. 제인 스텐퍼드의 독살 소식을 듣자마자 데이비드는 하와이로 향했고, 데이비드는 나흘 뒤 뉴욕타임스에 제인 스텐퍼드는 독살된 게 아니고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룰루가 밝힌 바, 데이비드의 책 <물고기 연구를 위한 안내>에서 그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장 성가신 물고기를 잡을 때 가장 즐겨 쓰는 방법이 “세상에서 가장 쓴 것” 이고 그것은 바로 ‘스트리크닌’이라고 했다고 한다.

제인 스탠퍼드가 죽고 몇 년 후, 1913년에 이사회는 데이비드에게 학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해고당하고 여유로워진 데이비드는 물고기를 수집하러 다니는 동안 몇 차례 다녀왔던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오스타를 떠올렸다. 아오스타 마을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 장애 때문에 가족에게 거부당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종교적인 마을이었다. 데이비드에게는 그 마을이 루이 아가시가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던, 바로 그 퇴화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부적합자들(백치들)의 몰살이라 생각하고 책을 쓰기로 했다. 바로 우생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데이비드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우생학적 강제 불임화를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죽는 날까지 열광적인 우생학자로 남았다.  그리고 그는 여든의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생을 마감했다.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데이비드 삶에도 개인적인 비극과 학자로서의 비극이 있었다. 그는 좌절스러운 상황들 속에서 어떻게 계속 나아갈 수 있었을까? ‘그릿’과 긍정적 부분의 자기기만 덕분이었을까? 나는 순수한 ‘그릿’과 장밋빛 자기기만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삶을 좀 더 밝고 유연하게 하기 위해 자기기만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인지 사회가 원하는 것인지 말이다. 더욱더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룰루는 데이비드의 수많은 글과 자서전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데이비드의 자서전을 다 읽은 후 그녀는 백치들을 감금하던 린치버그의 수용소로 향했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돼 강제 불임수술을 받은 애나를 만날 수 있었다. 룰루가 만난 애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애나는 가까운 사람들과 소소한 웃음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제야 룰루는 깨달았다. 

“우리는 중요해요. 중요하다고요!“ 

그렇다면 룰루의 삶에서 진짜 혼돈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혼돈의 삶 속에서 답을 찾았을지는 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쓰여 있다. 이 역시 예측하기 어렵고 반전이 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제목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떤 의미였을까? 반어법이었을까? 은유법이었을까? 정말 흥미롭게도 1980년대 분류학자들에 의하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의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지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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