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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91] 엄마와 딸

[2020-09-04, 12:26:53] 상하이저널
신달자(시인) | 민음사 | 2013.01.02.

엄마의 마음근육은 울면서 다져지고,
엄마의 가슴근육은 서럽고 억울하여
펄펄 뛰면서 굳어지고
엄마의 채워지지 않은 소망은  
언제나 배고프면서 그 허기를 견디느라 
단단한 근육으로 자리 잡으며 엄마가 되어갔을 것이다.
마음의 고통을 견디는 것은 누구나 어렵다.
그러나 딸 때문에 겪는 고통은 엄마의 기본 생의 메뉴이므로
정신 하나로 우뚝 서게 되는 힘.
그것이 엄마의 힘인지 모른다.

-본문 중에서

중년의 세월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 우연히 신달자 에세이 “엄마와 딸”이 꽂혀 들어왔다. 나는 늘 착한 딸이라 생각하며 살았지만, 결혼을 선택하여 당신 성에 차지 않는 결정을 한 나에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너 같은 딸 하나만 낳아서 키워봐!” 

하지만 난 결혼 후 아들만 둘을 낳아 엄마처럼 자식밖에 모르는 엄마가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엄마에게 여전히 가슴에 멍울을 지닌 채 살게 한 듯하다. 시간이 흘러 장성한 아들들은 내 곁에 있기보다 각자의 삶을 헤쳐나가기 바쁘다. 스스로 알아서 큰 듯 엄마인 나를 질책하는 아들들을 묵묵히 지켜보노라면, 나를 지지해준 엄마가 다시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엄마는 내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다시 찾은 홀로서기에 행복해하고, 의외로 담담하게 나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데 마음을 쏟으신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소녀 같은 엄마를 보면서, 나 또한 이렇게 늙어갈 자화상을 그려본다. 

늘 엄마는 투쟁하며 살아왔지만, 딸은 투쟁하기보다 삶을 즐기길 원하셨던 엄마. 
언제나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본인보다 딸에게 해주고 싶어 하는 엄마.
얼마 전, 50의 중년을 향해 가는 딸에게, “인생은 지금부터야, 그래야 60, 70대에도 빛날 수 있어”라며 아직도 관리해주시는 엄마.

어느덧 나는 엄마와 딸, 서로를 철저히 믿어주는 힘. 가슴이 뛰는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를 깨닫는다. 엄마의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가 가진 것은 자신의 꿈에 대한 신뢰밖에 없었으므로

“된다”라는 말만 반복하신다.

“그래도 마 니는 될끼다!”

오혜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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