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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26] 모순

[2024-01-27, 07:04:37] 상하이저널
양귀자 | 쓰다 | 2013년 4월
양귀자 | 쓰다 | 2013년 4월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지극히도 평범하지만 또 지독하게 불행한 안진진의 외침과 함께 모순은 시작된다. 

양귀자의 <모순>은 가정폭력범 아버지와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어머니, 그와 반대로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생을 사는 엄마의 쌍둥이 이모를 둔, 그리고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청혼에서 갈등하는 안진진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온 생애를 다 걸어 잘 살고 싶은 안진진의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지만 계속해서 그를 미화하고 그리워하는 딸인 안진진, 본인과 너무나도 닮은 남자에게 끌리지만, 그 닮은 모습 때문에 계속해서 망설이는 여자인 안진진. 그렇지만 들여다보면 책 속 모든 인물이 모순투성이다. 집 나간 남편에 구속까지 된 아들을 두어도, 하루하루가 삶에 대한 한탄이지만 불행해질수록 활력이 넘치는 엄마와 재력과 능력 모두 갖춘 남편과 성공한 자식들, 온실 속 화초처럼 모든 걸 누리고 살지만 행복을 찾지 못하는 이모처럼.

재미있는 사실은 1998년 쓰여진 <모순>이 2023년 종합 베스트셀러에 들며 최근 20대와 30대,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신간보다 잘 팔리는 구간이 된 것을 한 20대 독자로서 이유를 꼽자면,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페미니즘의 영향도 있지만, 시대상을 초월하는 대입 가능한 인물들과,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에 있지 않을까. 특히 누구나 공감되는 20대 안진진의 고민들이 2030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라며 고민하던 안진진은 이모의 딸, 주리를 통해 답을 얻는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행복만 있는 삶은 없다.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고 죽음이 있어야 삶이 완전해지는 것처럼, 모두의 인생 자체는 모순이다. 그런 인생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면, 작가의 말처럼 살아가면서 배우고, 살아가면서 알아가면 된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가 겪기 전에는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기에. 

요즘 독자의 시선으로 보면 지금의 시대상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전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책으로 추천하며 가장 와 닿았던 구절로 마무리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도예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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