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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여행의 의미

[2016-02-18, 18:41:27] 상하이저널

집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엄마와 아내를 둔 덕분에 우리 가족은 참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 갓난애기 목만 가누면 들판 한가운데에서 젖을 먹여가면서도 바다로 산으로 참 많이도 돌아다녔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린 것들을 데리고 고되지 않느냐며 걱정도 했었고, 혀를 차며 못마땅해 하기도 했었다.


중국에 와서는 이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 몇 배로 커졌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베이징, 쑤저우, 항저우, 샤먼, 토루, 타이저우, 홍콩, 하이난도, 시안, 꾸이린, 황산 등 중국의 대표적인 명소를 부지런히 다녔다. 백두산이나 위난, 꾸이저우, 구채구, 신장 등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중국. 거대한 국토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는 곳도 많아 참 부럽다.


그런데 이 훌륭한 명소들을 다녀오면 항상 기진맥진해진다. 여행의 감동은 짧고 피곤은 길다. 다녀와서는 항상 몸이 아프다. 상하이에서 가까운 곳이야 피로감이 그다지 크지 않으니 금방 회복되지만 조금만 멀리 가게 되면 얘기가 다르다. 일단 교통 상황이 쉽지 않다. 비행기를 비용을 해도 연착이 너무 잦아 대기 시간이 길다. 자동차를 몰고 가면 어지간한 곳은 하루를 완전히 잡고 가야 한다. 시댁이 부산이 있을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렇게 멀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 거리조차 중국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니까. 또한 현지에서 운전하며 다니는 경우 운전자의 스트레스가 심하다. 잦은 경적소리와 운전 매너가 좋지 않아서 피곤하다.


‘인산인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인파는 또 어떤가. 특히 명절에는 ‘떠밀려 다닌다’ 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유적지, 케이블카, 배 등 대기 시간이 2시간 정도는 기본이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새치기와 뒤에서 막무가내 밀고 잡는 환경은 기분 또한 좋지 않게 한다.


먹을거리는 가장 큰 문제이다. 동서양 막론하고 밥과 김치가 들어가지 않으면 속이 허함은 물론이요, 기분까지 나빠지는 입맛 때문에 어딘가 떠날 때 항상 먹을 것들을 챙겨가야 한다. 현지의 음식을 먹고 음미하는 것 또한 여행의 한 가지이거늘 맘을 그렇게 다잡아도 한 끼만 걸러도 속이 울렁거리는 한식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춘절에 우리 가족은 황산을 올랐다. 춘절에 황산이라니. 각오는 했지만 엄청난 인파로 케이블카는 꿈에 불과했고 정상까지 앞사람 궁둥이만 보고 걸어야 했다. 멈춰서 감상할 공간도 없었다. 역시 다녀와서 남편은 몸살로 앓아 누웠다. 그러고는 또 같은 말을 한다. ‘이번이 중국 여행의 마지막이야.’


하지만 우리 가족은 또 떠날 것이라고 믿는다. 떠나지 않으면 볼 것도, 추억도, 이야기도 생기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 얼마나 좋은 곳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멋진 광경을 보려고 가는 것만은 아니다. 가족이 김 뿌려가며 김치 하나와 밥을 먹을지라도 그 꿀맛을 집에서는 낼 수 없으니까. 고생스런 여행이 더 많은 이야기는 남긴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나를 만나기 전까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지내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남편에게 감사해야겠다. 네 살부터 유모차 따위는 잊고 울며 걸어 다녔던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해야겠다. 집에는 사나운 고양이가 밖에 나오면 순한 양이 되니 우리 가족도 이젠 포기하고 따라 나설 수밖에 없나 보다.


느릅나무(sunman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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