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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일용할 양식의 배달자들

[2024-04-13, 06:11:47] 상하이저널
[사진출처: 바이두]
[사진출처: 바이두]
2024년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직업군은 아마도 음식 배달 라이더들이지 않을까. 

이 지면을 빌어 고백한다. 나는, 뒤에서 소리도 없이 나타나 홱 앞질러 가는 라이더에게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욕들을 맘속으로나마 해본 적이 있다. 비오는 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던 라이더의 우비에서 나는, 제대로 안 말린 옷에서 나는 큼큼한 냄새 때문에 눈살 찌푸린 적이 있다. 음식을 배달해 온 라이더의 인사말에 대답은 하는 둥 마는 둥 음식만 낚아챈 적이 있다.

소중한 양식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이지만, 아무 감정도 공감도 없이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사람들, 이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이들에게도 희노애락과 스트레스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은 건, 얼마 전 중국의 음식 배달업에 관한 라디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다. 

중국 양대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과 어러마의 라이더들은, 1선 도시 기준, 주문 건당 8~11위안을 받고 있다. 전체 도시지역 배달원의 평균 임금은 월 5천~7천 위안이다. 최근에는, 라이더들도 열심히 하기에 따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내용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작년 '상하이 배달원 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라이더는, 월 2,000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여 월세와 식비를 제외하고도 매달 약 12,000위안이 남았다고 했고, 올초엔 또다른 라이더가 3년 동안 102만 위안(1억9천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맨땅에 헤딩’ 스타일 밑바닥 성공 사례의 잇단 노출을 두고, 일각에선 당국이 제대로 된 고용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청년층의 비정규직 취업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5억 5000만 중국인들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지만, 이제는 라이더 수가 폭증하면서 라이더 한 명당 주문 건수와 수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3년에 102만 위안을 벌었다는 라이더는, 상처 가득한 손을 공개하면서, 자신은 매일 18시간씩 일했고,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번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라이더들은 배달 플랫폼의 엄격한 배송 시간 준수 정책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배달 보장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경우, 5분까지는 배달료의 10%를 라이더로부터 징수하고, 15분 이상 늦으면 배달료의 70%를 징수한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운전하다가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많은 라이더들이 불안감, 불면증,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아파트 단지나 빌딩에서 보안이나 안전 상의 이유로 라이더의 출입을 제한하면서, 시간당 배달 건수가 중요한 라이더들의 어려움은 커져만 간다. 길에서 사람을 치고도 이성을 잃고 헬멧으로 자신의 머리를 연달아 내리치며 '배달 시간에 늦었다'고 소리치는 한 라이더의 영상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슬프다. 

이제 라이더를 보면 한번더 생각하게 된다. 그는 어떤 사연으로 라이더가 되었을까? 코로나 실업자가 되어 라이드를 하게 된 걸까? 청년층 취업난으로 라이더 4명 중 1명이 전문대 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라던데, 그도 고학력자일까? 배달하다가 다친 적은 없을까?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길 위에서 벼라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더라도, 부디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

신선영(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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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최초의 여성 중국 지부장. 미주팀에서 미국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7년 중국 연수를 신청, 처음으로 중국땅을 밞았다. 이후 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베이징지부, 중국실, B2B·B2C 지원실 근무 및 신설된 해외마케팅실 실장으로 3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주말마다 대학에서 전자상거래, 마케팅, 유통, 스타트업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 영문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경영학 박사. 저서로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cecilia@kita.net    [신선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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