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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Guard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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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에서 근무하다가 가끔 한국에 가면 제일 좋은 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팡팡 터지고 원하는 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사는 외국인인 우리 모두의 큰 불편 중 하나는 분명, VPN을 사용한다 해도 네이버, 카카오톡, 구글, 유튜브 등에 24시간 속시원히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점일 거다.
2. 중국에선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금을 결제할 때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를 주로 사용하고 증빙도 해당 앱에서 제공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회사 경비 처리를 하려면 별도의 화표(發票)를 발행받아야 한다. 현장에서 종이 화표를 받으려면 회사 중문 명칭과 세무 번호를 제공해야 하며, 최근엔 전자화표가 일반화되면서 위챗으로 받은 QR 코드를 스캔해 내가 직접 회사 정보를 입력해서 온라인 화표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QR 코드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걸릴 때도 있어 답답하다. 한 마디로 ‘마판스럽다’고 할 수 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현장에서 QR 코드가 인쇄된 종이 슬립을 받는 건데, 그조차도 우리나라 등 해외 방식에 비해 절차가 한 단계 더 있는 거라, 시간, 비용 및 인력·에너지 낭비 요인이다.
3. 2016년 사드 배치 이후로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규제가 존재하고 있다.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볼 수 있던 예전과 달리 중국인들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만 한국 영화·드라마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우리에게 사드 배치를 하게 만든 나라인 미국의 영화는 정상적으로 개봉되고 있다. K팝 가수 중 미국 국적자는 중국 내 활동이 허용되지만 한국 국적자에겐 불허된다.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와 연구기관에서는 필자에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자주 묻는다. 왜 한국기업들의 투자가 예전만 못한지,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지금 불편한 사항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글로벌 경기 악화, 중국 내 산업구조 변화, 중·미 갈등 심화 등의 요인은 어쩔 수 없는 거니, 그들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성실하게, 해외 웹사이트 및 앱 개방, 세무 시스템 개선, 한국 문화에 대한 제한 철폐, 정치·외교적 요소가 경제무역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등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대부분은 ‘고맙다, 상부에 잘 전달하겠다’는 반응이지만, ‘화표 관련한 불편 사항은 처음 들어본다. 다른 회사들은 그런 불편을 못 느끼는 것 같은데...?’라는 반응도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드백은, ‘이런 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낮으니, 앞으론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였다.
중국은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을 가속화하며 경제의 업그레이드를 추구하고 있고, 이 ‘신질 생산력’의 특징이 바로 ‘혁신’이다. ‘혁신’의 지표 중 하나가 특허 출원 건수인데, 중국은 세계 최다 특허 출원국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미국이여 깨어나라. 중국의 혁신 역량이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이 진정한 G2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면, 이와 같은 과학기술 혁신뿐 아니라 국가 및 사회 전반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도시 전면봉쇄 등 중국 정부가 어디까지 경제·사회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지 생생히 지켜보고 중국을 떠나간, 또는 중국에 실망한 외국인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파격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와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의지의 실천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 9월 24일 보기 드물게 강력한 통화·부동산·주식시장 정책 발표 이후, 정부 각 부처에서 추가 정책이 속속 나오거나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이러한 조치와 더불어 해외 사이트와 문화 개방, 세무 시스템 개혁 등의 노력이 ‘혁신적 변화’의 또 다른 상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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