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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나는 학생이다

[2012-01-13, 19:50:30] 상하이저널
매년 이맘때쯤이면 입시를 마무리하고 졸업식을 앞둔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이제 12년 동안의 지긋지긋한 공부를 ‘끝냈다’는 생각에 가벼워진 얼굴들입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입시요강, 자격 요건 때문에 힘들게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지금의 자유는 꿀맛과 같겠지요.

그런데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자신을 평생 학생이라고 소개해 온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작가인 왕멍 선생입니다.

14살에 공산당에 입당하여 지하당원으로 활동한 그는 소설 한 권 때문에 우파로 낙인 찍혀 위구르로 쫓겨나 16년간 유배생활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창작조차 금지 당한 채 말이지요. 그러나 왕멍 선생은 그러한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유배 생활 동안 가장 어려운 언어로 손꼽히는 위구르어를 자유자재로 말하고 쓸 수 있을 만큼 공부하였습니다. 배움이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고 인생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다면서, 13억 중국인들을 인생의 스승으로 생각하였다는 이 대문호의 고백은 배움이 주는 기쁨과 점점 멀어지는 현재의 모습에 많은 화두를 던져줍니다.

언제부턴가 배움이 입시, 취업, 승진과 같은 성과위주의 학습과 동일시 되어 필요와 실리적인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행해야 할 강도 높은 투자 같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왕멍 선생이 말하는 배움은 꼭 새로운 기술이나 언어를 익히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사람, 고난과 같은 인생의 소소한 과정도 포함합니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긴 인생을 풍요롭게 향유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에 대해서도 왕멍 선생은 말합니다. “망각은 가장 좋은 인간관계다.” “오해를 받아도 괜찮다. 자기는 자기다. 오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사실 약자다.” “인간관계에 마찰이 있을 경우 3할의 에너지만, 딱 30초만 소비한다. 그 다음에는 즉시 평상심으로 돌아와 학습하고 사업하고 창작한다.” 역경에 휩쓸리지 않고 역경과 대면하여 이를 자기 계발의 기회로 바꾸라는 왕멍 선생의 조언은 그의 삶의 질곡과 맞물리며 더 의미 있게 들립니다.

배움을 습관으로 하려면 모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린 마음, 타인을 통해 배우려고 하는 겸양,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나태하게 하는 습관에 대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배움이 인생의 긍정적인 경험과 힘이 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주변에 배움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사실 우리는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오랜 시간을 주입적 학습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사색하고 생각하고 발전해가는 방법을 잘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마치면 사회인으로, 누군가의 아빠나 엄마로, 직장에 따라 특정 직함으로 살아가는데 바쁘니까요. 그러나 스스로 계발하는 모습을 미래 세대에게 보여주지 못할 때 그들 또한 결과물의 가치만 추구할 뿐 고난 속에서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의 가치를 배울 기회를 만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최근 뇌를 젊게 하기 위한 세가지 습관이 신문에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첫째가 잡념과 걱정을 지우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둘째는 유산소 운동을 하며 마지막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을 들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 신체 건강을 위해, 삶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꾸준한 배움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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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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