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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치산이 토크빌의 <구체제와 대혁명>을 추천한 까닭은?

[2014-02-06, 23:22:09] 상하이저널
[최정식칼럼] 왕치산이 토크빌의 <구체제와 대혁명>을 추천한 까닭은?
 
왕치산(王崎山)이 중국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로 취임한 지 얼마 안된 2012년 11월 30일 중앙기율위원회는 행정법학자, 청렴제도전문가, 반부패연구자 등을 초청하여 당내 청렴과 부패방지에 대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이 자리에 왕치산이 참석하여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하였는데 좌담회 말미에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150년 전에 저술한 프랑스대혁명에 관한 연구서 <구체제와 대혁명>을 추천했다. 그의 추천사는 “요즈음 대다수 학자들이 보는 것은 후기자본주의 시기의 서적인데 우리는 반드시 전기 저작물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구체제와 대혁명>을 읽기를 희망합니다”이었다.
 
‘리틀 주룽지’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취임

왕치산은 ‘리틀 주룽지’, ‘소방대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의 장인이 1989년 천안문사건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과 부총리를 지냈던 야오이린(姚依林)이어서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1948년에 태어난 왕치산은 문화대혁명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칭화대학교 교수이었던 아버지가 반우파투쟁으로 박해받아 산시성 옌안으로 하방되었고 왕치산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69년부터 3년간 농촌에 하방되어 농촌인민공사에서 노작을 했다고 한다.

왕치산은 뒤늦게 서북대학교 역사학과에서 수학한 후 산시성 박물관과 베이징의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 연구소에서 역사학자로서 일했다. 1982년 이후에는 복권된 장인 야오이린의 도움으로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후 중국농촌신탁투자공사 당위위원회 서기 겸 총경리로 근무하였고 건설은행 부행장과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이 되어 농촌전문가와 금융전문가로 인정받아 관운에 힘입어 오늘에 이르렀다.
 
토크빌 ‘불평등·부정부패 등 구체제가 대혁명 초래’ 주장

현재는 정치가이지만 젊은 시절에는 역사학도이었던 왕치산이 1789년 프랑스대혁명에 관한 토크빌의 저서를 추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대혁명이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에 의해 막을 내린 시기인 1805년에 파리에서 출생한 토크빌은 본래 귀족 출신이었다. 젊어서 법관을 지냈던 그는 교도소 조사를 위하여 미국으로 방문한 후 <미국의 민주주의>를 저술하였다.
 
그는 근대 민주주의사회로의 이행을 필연적 현상으로 보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레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인 1830년 7월 혁명을 체험하고 1848년 2월혁명을 목격하였다. 혁명의 시기에 태어나서 왕당파, 공화파, 민주파와 민중파 사이의 처절한 대립과 투쟁 현장에서 성장한 토크빌은 프랑스는 왜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극한적인 형태의 혁명과정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탐구하였다. 그는 그 원인을 프랑스의 구체제(앙시앙 레짐)에서 찾았다.
대혁명 직전의 프랑스는 절대왕정 시대였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태양왕 루이 14세가 문을 연 프랑스의 절대왕정 시대는 루이 15세와 루이 16세를 거치면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완성하였다. 영국이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 입헌군주국가로 변모하여 자유민주주의의 싹을 키울 때 프랑스는 정치, 사회, 종교에서 낡은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답보 상태였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는 대외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대내적으로 무리한 정책을 펼쳐 왕정의 재정위기를 야기했고 또한 구체제의 상류층은 정치권력과 부를 독차지하고 매관매직을 해서 부정부패를 사회 전반에 만연하게 만들었다. 새롭게 성장한 제3계급은 정치적 권리도 없이 재정위기에 대한 부담을 강요받았다. 토크빌은 프랑스대혁명 직전의 프랑스는 경제적으로는 발전의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혁명은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에 자유와 민주를 억압받은 신흥 계층의 불만에서 발화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제적 발전이 부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지배층의 부정부패가 부의 불평등의 온실 속에서 극심해진다고 보았다. 즉 프랑스의 이러한 구체제가 대혁명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사회주의 중국이 150년 전의 프랑스대혁명에 빠진 이유

왕치산이 <구체제와 대혁명>을 추천하자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독서 열풍에 빠졌다고 한다. 교통대학교의 사회교육과정인 <국학과 서방경전 고급연수과정>에서는 상하이대학교 역사학 교수 주쉐친(朱学勤)를 초빙하여 <구체제와 대혁명>의 강좌를 개설했는데 참여자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150년 전의 프랑스대혁명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추천한 사람도 추천한 책을 읽는 사람도 혁명과는 거리가 먼 중국의 지도층이다. 따라서 <구체제와 대혁명>을 열독하는 이유는 혁명을 예방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대혁명을 야기한 구체제의 모순이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과 극심한 부정부패와 부의 불평등에서 발생했으며 이러한 문제가 현재 중국 사회에도 존재한다고 보는 것 같다.
 
중국의 반부패,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2012년 11월 30일에 열렸던 중앙기율위원회의 좌담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표출되었다. 반부패운동은 경종을 울리는 타격식 운동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지구전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5년에서 10년간 지속되어야 할 장기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반부패는 폭풍을 일으키는 운동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하며, 제도로서는 공직자의 재산신고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재산공개의 범위와 대상에 대해서 잠시 논란이 있었는데 한 토론자가 새로운 공직자부터 재산공개제도를 적용하면 어떤지 운을 띄우자 다른 토론자는 차별적인 제도는 제도가 없는 것보다 더 곤란할 것이라고 했으며 이에 왕치산이 동의했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 반부패투쟁 지속적 전개 강조

새해 들어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3차 전체회의가 1월 14일에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했다. 국가주석이 중앙기율위원회에 참석한 것은 10여년 만이라고 한다. 시진핑은 회의에서 반부패는 뼈를 긁어 독을 빼내는(刮骨疗毒) 지난한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반부패투쟁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토크빌의 <구체제와 대혁명>을 학습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구체제의 모순은 부정부패와 부의 불평등에만 있는 것이라 아니라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을 억압한 구체제 지배층에도 있다는 것까지 이해하는 데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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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 지사장으로 2007년부터 근무 중이며 한국 본사에서는 6년간 중국업무를 담당했다. 북경어언문화대학과 화동정법대학 법률진수생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법연수원의 초대 중국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제처 동북아법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 한중법학회의 이사,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코트라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 상해한국상회 자문위원, 서안한국상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국 관련 논문으로는 「소주공업원구 법제에 관한 연구」, 통일부, 2006, 「중국의 해외투자 및 한국의 투자유치정책 연구」KOTRA, 2010, 「중국 상표관리 종합메뉴얼」특허청, 2010 등이 있다.
jschoi@jipyong.com    [최정식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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