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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 - 모래의 길 沙之路

[2014-03-24, 09:29:06] 상하이저널
[Whu’s Tour Essay 2nd]
사막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
모래의 길 沙之路
 
 
 
신장웨이우얼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 국경 마을의 한쪽으로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사막 가운데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내놓았다. 허름한 비포장 길을 경계로 이쪽은 중국이고, 저쪽은 카자흐스탄이다. 국경선을 알리는 철조망이 없다면 풍경으로 국경을 구분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바람은 방향을 바꾸며 불어서 모래는 국경선을 넘어갔다 넘어오기를 반복했다. 모래는 또 수시로 길로 밀고 내려와서 도로를 덮기 일쑤다. 큰 바람이 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길은 막힌다. 찾는 사람도 많지 않는 국경의 비포장 도로에 나무로 만든 전봇대들을 보며 겨우 길의 흔적을 짐작한다. 어디론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어딘가 이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표식이다.
 
 
마을에서 SUV 차량을 얻어 타고 20분 정도만 가면 사막에 닿는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국경에 있는 이 사막은 쿠무투비에사막(库穆托别沙漠)이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무섭고 막막한 사막이라기에는 우스울 만큼 황무지 사이에 쌓아둔 모래 언덕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문명의 힘으로 내려다보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직접 두 발로 들어간 사막은 어디서부터 감당해야 할지 방향도 크기도 알 수 없는 땅이었다. 이 사막은 가로로 길게 누워있는데 길이는 35km에 이르고 위아래 폭은 10km가 조금 넘는다.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모래 위를 걸었다. 30분을 넘게 걸어도 모래 언덕만 이어진다. 한참 걷다가 돌아보면 모래 위로 찍힌 발자국들이 갈 지 자를 그리고 있다. 어수선한 선을 그리며 걸어왔구나. 나는 저런 길을 걷고 있는 것인가. 다만, 멀어지고 싶었다.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바뀌는 순간이 아마도 당신의 진짜 사막이 시작되는 지점일 것이다. 나는 겨우 모래 언덕 몇 개를 넘어온 것 뿐이었을까? 저 멀리서 자동차 지나는 소리가 먼 바다의 뱃고동처럼 들린다. 충분히 멀리 떠나오지 못한 모양이다.
 
 
어제 저녁 먹는 자리에서, 사막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에 대한 이야기였다. 방송팀을 끌고 들어간 뒤 혼자 사라진 사람도 있다고 했고, 여럿이 함께 사라진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문명도 사람 같았다. 누란왕국, 차말국, 토화라국, 정색국, 탁미국, 우전국 등 4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여러 문명이 나타났다가 돌아나오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물길에 기대서 사막에 자리 잡았던 왕국들은 고삐 풀린 물길이 방향을 바꾸거나 사라지면 함께 종말을 고했다.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일부러 해질 무렵 사막에 닿았다. 베이징 표준시에 맞춘 시계는 밤 11시를 넘고 있었다. 사방이 트인 모래 언덕에서 쏟아질 듯 하늘을 채운 별들의 밤을 상상하며 왔다. 해는 멀리 카자흐스탄의 사막 너머로 천천히 졌다. 어둠은 순식간에 왔다. 조금이라도 돌아올 때 참고가 되라고 일부러 걸음을 세게 디뎠다. 그렇게 두 고개쯤 넘었다. 두려움이 덮쳐왔다. 휴대폰은 카자흐스탄 신호를 잡았다. 여차하면 전화도 먹통이 되는 상황이 온다. 그때 멀리서 나를 부르는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오래 보이지 않으니 차에서 기다리다가 나와 높은 곳에 올라 부른 것이다. 얼른 고개 위로 올라가 손전등으로 내가 있는 곳을 알렸다. 그들은 이곳에 늑대가 있다는 이야길 듣고 나를 찾아 나섰다고 했다. 등골이 서늘했다. 늑대는 이미 내 냄새를 맡았을 거라고 현지 안내인은 말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밝은 조명 아래 누워서도 두근대는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 벌판에 덩그러니 놓은 무덤 몇 개를 보았었다. 사방에 무엇도 눈 둘 곳이 없는데 저 사람은 하필 저 곳에 누워 있구나 했다. 그곳에서 만났던 바이 할아버지는 이제 그의 동료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 마을을 개척하고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고 이제 죽어 이곳에 묻힌 사람들을 꼭 보고 싶었다. 그들은 어떤 풍경으로 누워 있을까? 묘지는 마을에서 나가는 길의 산사면에 있었다. 풀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 봉분들이 모여 있었고 어떤 묘에는 나무로, 어떤 묘에는 돌비석으로 그들이 온 곳과 살았던 시간, 그리고 죽은 시간을 기록해 두고 있었다. 허난 사람, 산시 사람, 간쑤 사람 모두 여기에 신장 사람으로 누워 있다. 참 멀리 와서 누웠구나. 당신이 나고 자란 흙이 여기와 같지는 않겠지만, 바람에 실리고 물에 씻겨 가면 언젠가 만날 날도 오지 않겠는가. 무덤은 하나도 예외 없이 변경을 보고 있다. 그곳은 서쪽 방향이다. 중국의 일반적인 무덤이 동쪽을 본다. 그것은 관습이면서 민간신앙이다.

‘당신들은 왜 신앙을 등지고 누웠는가?’
‘국경이다.’

단호하고 비장한 대답이다. 국경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고, 국경을 지키며 살았다. 그 국경의 안녕함을 죽어서도 지켜볼 것이라는 뜻은 눈물겹다. 가만 있는데 누가 와서 그어준 국경선이 아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황무지로 와서 그곳에 터전을 닦고 어렵게 살아낸 사람들이 있어서 이곳이 비로소 중국 국경의 안쪽이 된 것이다. 바이 할아버지도 언젠가 서쪽을 보며 여기에 누울 것이다. 할아버지의 동료들도, 여기 주민의 부모님도 여기 어디 누워서 서쪽을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당신들이 살아서 만들고 지킨 국경이고, 죽어서 그 안에 누워 있다. 정오의 햇볕 아래에서 흙무덤들은 느리게 풀로 덮여 간다.
 

▷사진·글: Mark Ban
 
 
사진 작업 공간 Space Whu와 사진커뮤니티 fshanghai를 꾸리고 있다. www.spacewhu.net www.fshanghai.net
forgogh@gmail.com    [Mark Ban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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