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중국 관료시스템이 부러워서야

[2014-06-06, 05:30:45] 상하이저널
[한우덕칼럼] 중국 관료시스템이 부러워서야

‘부패’. 중국 관료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일 게다. 신문과 방송에서 중국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사건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이상한 게 하나 있다. 중국인들의 자국 정부 신뢰도가 다른 나라 국민보다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조사•컨설팅 업체인 에델만이 올 초 발표한 ‘2014 에델만 신뢰지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 신뢰도는 76%에 달했다(27개 나라 대졸 성인 3만3000명 대상 조사). 아랍에미리트(UAE•88%)에 이은 2위다. 한국(45%)보다 월등히 높다. ‘부패 정부’를 신뢰한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올 초 취재차 상하이화동사범대학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경제학과 사무실 옆 벽보에 붙은 ‘공고(公告)’가 눈에 들어왔다. “○○○ 교수가 경제학과 주임으로 임명될 예정이니 이에 대해 의견(意見)이 있는 사람은 ○○일까지 당(黨)인사위에 제보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얘기냐’는 물음에 지인은 “인사위가 일단 대상자를 평가해 선정한 뒤 최종 단계로 일반인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치명적인 제보로 승진이 취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단다. ‘대학 학과장 승진에 웬 청문회?’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학은 오히려 허술한 편이었다. 지난달 30일 성균중국연구소(소장 이희옥)가 주최한 ‘현대 중국의 민주주의’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 전문가들은 “일반 정부 부처에서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승진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외교부의 경우 과장(科長), 처장(處長), 사장(司長), 부부장(副部長), 부장(部長)에 오르는 각 단계에서 철저한 심사와 검증이 이뤄진다. 도덕성과 리더십, 실적 등이 핵심이다. 주변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상관•동료•부하의 입체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 후배라고, 같은 고향이라고 봐줄 수 없는 구조다. 역시 마지막으로는 일반인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장융러•章永樂 베이징대학 교수).

지방정부 일각에서 부패가 자생하고 있지만,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최고를 찾아 국정을 맡기려는 중앙정부의 인사시스템은 살아있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이를 ‘현능(賢能)정치’라고 했다. 매표(買票), 포퓰리즘 등 서구 선거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중국식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선거 부재로 인한 민주주의 공백을 ‘현능정치’로 보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 번 고시 문턱을 넘어서면 연수에 따라 ‘자동’ 승진하고, 승진에서 밀리면 하부 기관으로 낙하산 타는 게 ‘관피아’의 자화상이다. 승진심사 때에는 학력을 따지고, 고향 선후배를 챙긴다. 중간 과정에서 검증 장치가 없으니 고위직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인재를 찾기 힘들다. ‘내가 그 자리에 갈 줄 알았겠는가’라는 자조(自嘲)가 그래서 나온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다는 우리가 중국 공산당의 정치시스템을 곁눈질하는 상황이 계속돼서야 되겠는가?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일 감정 대립 hot 2014.07.0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전쟁을 촉발했던 ‘7•7사변’ 77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미화하려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 중국 부동산, 버블붕괴인가 조정인가? hot 2014.06.03
    [전병서칼럼]2013년부터 줄기차게 오르던 중국 부동산가격이 2014년들어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중국 국내외적으로 버블논쟁이 한창이다. 홍콩의 부동산재벌 리카싱(李..
  • 중국 유•아동 온라인 시장 현황 ② hot 2014.06.01
    [중국 온라인 쇼핑을 말한다 60] 요즘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중국의 젊은 부모들의 경우, 이미 자신들도 80년대 이후 출생자로 물질적 풍요를 겪은 세대이기에 자..
  • 중국인도 착각한 '차이나의 산씽(三星)‘ hot 2014.06.01
    [중국에서 만나는 우리기업 2-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차이나텔레콤 선정, 휴대전화 단말기 고객서비스 최우수상..
  • 중국의 부동산등기 시스템의 통일이 제기한 과제는 hot 2014.05.29
    [최정식칼럼]최근 중국의 부동산등기 시스템의 정비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중문을 그대로 번역하면 ‘부동산통일등기제도’인데, 중국 국토자원부가 밝힌 로드맵에...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살 생일!..
  2. 中 청두, 지하철 공사 중 12미터..
  3. 韩-中 하늘 길 넓힌다... 대한항공..
  4. 벌써? 中 작년보다 40도 넘는 속도..
  5. 中 딥페이크로 학생·동료 나체사진 7..
  6. 中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2~3→1..
  7. 워런 버핏, 비야디 주식 549억 매..
  8. 샤오미, CATL과 손잡고 배터리 공..
  9. 상하이 宜山路역 ‘찜통’ 환승통로 무..
  10. 상하이 푸동공항 국제선 여객 4년 만..

경제

  1.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살 생일!..
  2. 韩-中 하늘 길 넓힌다... 대한항공..
  3. 中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2~3→1..
  4. 워런 버핏, 비야디 주식 549억 매..
  5. 샤오미, CATL과 손잡고 배터리 공..
  6. 상하이 푸동공항 국제선 여객 4년 만..
  7. IDC, 2028년 中 AI PC 출..
  8. [차이나랩] 中 유니온페이, 위챗 결..
  9. 中 올해 1분기 결혼·이혼 모두 감소..
  10. 中 인공지능 기업 4000개, 핵심..

사회

  1. 中 청두, 지하철 공사 중 12미터..
  2. 벌써? 中 작년보다 40도 넘는 속도..
  3. 中 딥페이크로 학생·동료 나체사진 7..
  4. 상하이 宜山路역 ‘찜통’ 환승통로 무..
  5. 상하이 홍차오-푸동공항 급행열차 9월..
  6. 중국 31개 省市 중 11곳 상주인구..
  7. 中 ‘세포배양육 쌀’ 개발 성공.....
  8. 韓 배터리 공장 화재로 중국인 17명..
  9. 동방항공, 당일 취소해도 ‘전액 환불..
  10. 中 쑤저우서 셔틀버스 기다리던 일본인..

문화

  1. ‘상하이 호반 국제 뮤직 페스티벌’..
  2. [책읽는 상하이 242] 나인
  3. [책읽는 상하이 243] 줄리언 반스..

오피니언

  1. [무역협회] 한·중·일 협력 재개,..
  2. [Dr.SP 칼럼] 지구온난화 속 무..
  3. [무역협회] 인도의 중국 '디커플링'..
  4. [허스토리 in 상하이] 여름방학
  5. [상하이의 사랑법 14]사랑이 식었을..
  6. 2024 화동조선족주말학교 낭송·낭독..
  7. [무역협회] 신흥 산업 발전, 중국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