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제주의 '중국 관광객 사오기'

[2014-07-03, 17:38:33] 상하이저널

지난 주말 ‘중국 청년공무원 대표단’과 함께 간 제주에서 만난 중국어 가이드 K씨. 그에게 ‘요즘 벌이가 어떠냐”고 물으니 “점점 힘들어진다”고 답한다. 관광객이 줄어서란다. 지난 1분기 제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보다 약 67% 늘어난 34만여 명. 관광객이 줄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 교포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단체 관광객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관광객을 돈 주고 사오거든요. 2~3년 전만 해도 한 달 1만 명에 달하던 우리 회사의 관광객은 요즘 2000명도 안 돼요.”

K씨의 하소연이다. 그가 말하는 ‘요우커(遊客•중국 관광객) 사오기’의 내력은 이렇다.

상하이 등에서 판매하는 4박5일 제주 관광 상품 가격은 3500위안(약 58만원) 안팎이다. 중국의 관광객 송출회사는 수수료와 항공료(대략 3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를 한국 여행사에 보낸다. 한국 여행사들은 이를 숙박•식사•운송료•입장료 등에 쓴다. 관광객 1인당 25만원 정도가 든단다. 가이드비, 회사 운영경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다. 여행사들은 쇼핑 수수료로 적자를 메우고, 이익을 남기는 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일부 중국인 교포(조선족)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 구조가 깨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 관광업체에 ‘우리 여행사로 보내달라’며 오히려 돈을 주기 시작했다. K씨는 “관광객 1인당 700위안 정도(약 12만원)를 중국 회사에 준다”며 “이게 관광객을 사오는 게 아니고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받을 돈을 받지 않고, 오히려 더 준다? 그래도 장사가 될까?’ 역시 쇼핑에 비밀이 있다. 해당 업체가 관광객 한 명 유치를 위해 지불한 돈(국내 투어경비 포함)은 모두 40만원이다. 이를 쇼핑으로 메우고, 돈이 남아야 장사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40만원을 쇼핑으로 벌려면 최소 120만원어치를 팔아야 한다”며 “관광객들이 쇼핑센터로 내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심지어 무자격 조선족 가이드들은 ‘쇼핑을 하지 않는다’며 관광객에게 면박을 주기도 한단다. 좋은 호텔, 좋은 식사는 꿈도 꾸기 어렵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수록 제주의 이미지는 더 실추될 수밖에 없다. 독점이 심화되면서 다른 중소 여행사들은 점점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몰려와도 돈은 중국인 사이에서만 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제주시 당국은 수수방관이다. 관광객이 몇 명 늘었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시장 왜곡에는 눈을 감는다. 무자격 가이드 단속은 솜방망이 식이다. 단속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소개하고 자리에 앉은 가이드 K씨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중국에서 998위안(약 16만원)짜리 제주 여행상품도 나왔답니다. 관광객 수를 늘린 만큼 돈이 들어오니 중국 여행사들은 가격을 더 내리는 것이지요. 제주도는 점점 싸구려 섬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일 감정 대립 hot 2014.07.0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전쟁을 촉발했던 ‘7•7사변’ 77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미화하려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 중국 현대사의 트라우마, 문화대혁명 hot 2014.06.28
    [영화로 엿보는 중국이야기 2]   중국 현대사의 트라우마, 문화대혁명장이머우 감독의 ‘귀래(归来)’ ‘10년 동란’이라 불리는 문화대혁명(문혁)에 관한..
  • 중국 인터넷 공동구매 서비스의 발전방향 ➀ hot 2014.06.26
    [중국 온라인 쇼핑을 말한다 61]한국은 온라인 쇼핑에서의 경기가, 한국의 경기만큼 좋지 않다고 한다. 업계정보는 상품을 가지고 있는 벤더들을 통하여 가장 정확한..
  • 중국인 직원을 대우하라! hot 2014.06.26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흔히 중국인 인력은 책임감이 없다고들 한다. 6시에 ‘땡’치면 거의 절반의 인원이 우루루 회사를 빠져 나온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일이..
  • [코트라칼럼] 나는 이렇게 창업했다 hot 2014.06.25
    중국에 온 지 만 5년, 그쯤 내가 하는 강의에서 우스갯소리지만 뼈있는 농담을 가끔 할 때가 있었다. ‘상하이 진출 5년 이상된 사업가의 4가지 비애..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上海 허촨루역 출근길 칼부림…3명 부..
  2.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살 생일!..
  3. 中 2023 대졸생 평균 월급 115..
  4. 中 청두, 지하철 공사 중 12미터..
  5. 테슬라, 중국 내 완전자율주행 출시..
  6. 벌써? 中 작년보다 40도 넘는 속도..
  7. 中 딥페이크로 학생·동료 나체사진 7..
  8. 韩-中 하늘 길 넓힌다... 대한항공..
  9. 中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2~3→1..
  10. 워런 버핏, 비야디 주식 549억 매..

경제

  1.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살 생일!..
  2. 中 2023 대졸생 평균 월급 115..
  3. 테슬라, 중국 내 완전자율주행 출시..
  4. 韩-中 하늘 길 넓힌다... 대한항공..
  5. 中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2~3→1..
  6. 워런 버핏, 비야디 주식 549억 매..
  7. 상하이 푸동공항 국제선 여객 4년 만..
  8. 샤오미, CATL과 손잡고 배터리 공..
  9. IDC, 2028년 中 AI PC 출..
  10. [차이나랩] 中 유니온페이, 위챗 결..

사회

  1. 上海 허촨루역 출근길 칼부림…3명 부..
  2. 中 청두, 지하철 공사 중 12미터..
  3. 벌써? 中 작년보다 40도 넘는 속도..
  4. 中 딥페이크로 학생·동료 나체사진 7..
  5. 상하이 宜山路역 ‘찜통’ 환승통로 무..
  6. 상하이 홍차오-푸동공항 급행열차 9월..
  7. 중국 31개 省市 중 11곳 상주인구..
  8. 中 ‘세포배양육 쌀’ 개발 성공.....
  9. 韓 배터리 공장 화재로 중국인 17명..
  10. 동방항공, 당일 취소해도 ‘전액 환불..

문화

  1. ‘상하이 호반 국제 뮤직 페스티벌’..
  2. [책읽는 상하이 242] 나인
  3. [책읽는 상하이 243] 줄리언 반스..

오피니언

  1. [무역협회] 한·중·일 협력 재개,..
  2. [Dr.SP 칼럼] 지구온난화 속 무..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여름방학
  4. [무역협회] 인도의 중국 '디커플링'..
  5. [상하이의 사랑법 14]사랑이 식었을..
  6. 2024 화동조선족주말학교 낭송·낭독..
  7. [무역협회] 신흥 산업 발전, 중국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