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늦은 여름이 되면 무르익은 노란복숭아를 한 아름 갖고 오시는 중국 선생님이 계신다. 아이들 초등학교 때부터 어문 개인교사로 알게 된 분인데 10여년이 되어가는 라오펑요우이다. 그 선생님 처녀 때부터 알게 되었고 얼마 후 그 분은 결혼해서 아기 낳고 그 아기가 이제 유치원을 다닌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 중국어를 배우고 접할 때 초등학교 교사인 그 분은 정통적인(?) 공부 방법을 제시해 주었고, 우린 그 덕을 많이 보게 되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문 공부 및 다른 학과목 공부에 큰 도움을 얻었다. 덩달아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아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뒤에 오는 엄마들에게 또는 아이들 중국학교에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한 수(?) 가르칠 수 있었다. 성격이 활달하고 명랑한 꾸라오스는 어문을 가르칠 때 공부 방 밖에서도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설명하시고 아이들이 따라하게끔 하셨다. 수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아이들을 휘어잡고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에 늘 감사했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모으게 하여 작은 선물도 준비하여 상으로 주기도 하고, 나름대로 우리 딸들이 즐겁게 공부하였던 것으로 추억이 된다. 젊은 여선생님과 우리 아이들은 궁합이 잘 맞아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중국어가 어느 정도 되어 질 때 과학관으로 수영장으로 같이 놀러가기도 했다.
사실 우리네 옛적의 선생님들이 이같이 하셨을 텐데 중국인 선생님에게서 이렇게 귀한 사랑과 나눔의 교류를 갖게 되어 한편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 우리의 현 교육 문화의 부재가 안타까웠다.
몇 해 전에는 그 선생님이 새 집을 장만하였다. 집 인테리어를 하는 중에 월세를 놓았으면 한다고 연락을 주셨다. 가급적이면 집을 깨끗하게 쓰는 한국인에게 세놓기를 원한다고 하면서 친구를 소개시켜주기를 부탁했다. 마침 한국에서 온 가족이 상해로 들어오려는 남편 친구네가 연결이 되어 자연스럽게 그 집을 소개하였다. 중간 부동산을 두지 않고 정말 신뢰로 집 계약이 이루어졌다. 그 친구 분은 2년여 동안 그 집에 잘 사시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게 되었고 꾸라오스는 이 일을 참 고마워했다. 집 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2년여 동안 오고가면서 선물도 챙겨주고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중추지에나 춘지에가 다가오며는 우리도 꾸라오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며 그간의 정을 다지려고 하지만 꾸라오스도 이렇게 매년 마다 친정집에서 수확한 황도 복숭아 한 박스를 보내오곤 한다. 노오란 복숭아의 달착지근하고 쫄깃쫄깃한 밀도처럼 서로간의 아름다운 나눔이 이 같을 것이다.
외국에 살면서 사귄 외국인 친구, 그 분들과 의사소통은 비록 수월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오고가는 정 속에서 나눔과 사귐으로 삶이 훈훈해지는 것이다. 이 번 가을에도 그동안 간간히 소식을 주고 받으며 지냈던 몇몇의 중국 친구들에게 우리의 시원한 배 한 상자씩을 보내며 우정을 나누어야하겠다.
아니 앞집부터 챙겨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