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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어른들의 책임

[2007-09-18, 01:07:06] 상하이저널
생존자체가 삶의 목표가 된 부모님 세대

우리 부모님이 살아 온 삶은 식민지, 분단, 전쟁, 냉전으로 점철된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생존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어 버린 인고의 세월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후 세대들이 살아 온 삶은 근대화의 기치 아래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자'고 처절하게 외치며(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그렇게 가슴 아프게 들릴 수가 없다. 수 천년 역사 속에 한 번도 잘 살아 본 적이 없고 언제나 보릿고개를 걱정하며 배고픔에 수많은 어린 생명들, 자기 자식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무지와 무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우리 한민족 백성의 한 많은 삶을 향해, 우리도 제발 한 번 잘 살아 보자고, 우리도 하면 할 수 있다고 세상과 자기자신을 향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처절히 외치는 것만 같아 그 말을 듣기만 하면 가슴이 저려 온다.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민족을 옭아 맸던 근대사 100년 저주의 사슬이 풀리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우리도 할 수 있고 우리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으며 비교적 잘 살고 있고 우리에게도 단결된 무서운 힘이 있다는 것을 전세계인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하던 모습에서 식민지, 분단, 전쟁, 냉전, 배고픔, 가난, 무지, 혼란 등 한반도 백성에게 멍에 지워졌던 부정적 이미지는 이미 눈 녹듯 사라지고 국운상승의 웅장한 대드라마 서곡이 울려 퍼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런 느낌을 받은 사람이 나 혼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수 천년 농경 사회에 머물러 있던 한민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민족 개조 작업의 세월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사회교육에 관심없는 어른들

지금 현 세대를 살아 가고 있는 청소년들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환경에 살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별로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세계화 시대,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3대에 걸쳐 이렇게 서로 다른 삶을 살다 보니, 어른의 경험과 지식이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농경사회의 진리가 더 이상 산업사회, 정보화사회에는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아주 단적인 예를 하나 들면, 한식 때 벌초를 하러 시골에 내려가야 하는지, 아니면 친구 애기 돌잔치에 참석해야 하는 지로 고민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예전의 전통적 가치관이 현재 글로벌화된 사회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일이 자꾸 생기다 보니,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훈육하는 일에 관심을 끊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침을 뱉는다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학생이 있어도 이를 제지하거나 훈계하는 어른이 없다.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란 생각과 혹시나 훈계를 하려 하다 아이들에게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어린 아이들을 훈계하지 않는 이유에 일조하는 것 같다.

해외, 그 중에서도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어린 학생들에 대한 어른들의 사회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어차피 2~3년 뒤에는 보지 않게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위에서 설명한 이유때문인지 아니면 자기자식만 잘되면 다른 집 자식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인지,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의 사회 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들이 없는 것 같다.


미성숙 인격체의 청소년기, 실수 용서되는 특권부여 시기

그러나, 미움보다 더 무섭고 가혹한 것이 무관심이라고 한다. 무관심 속에 큰 아이들은 무의식 속에 끊임없이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하게 되고,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을 때에는 관심을 끄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자기 자식에게만 관심과 사랑을 쏟아 붇는다고 하여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무관심 속에 큰 아이가 자기 자식의 관심을 받아 보려 서투르게 접근하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앙갚음의 일환으로 자기 자식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봉사가 결국 자기 자식을 잘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자기 자식 6명과 10명이 넘는 손자. 손녀들을 모두 하버드와 예일대에 합격시킨 전혜성 여사의 지론이다.
내가 루소보다 존 로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존 로크는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고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더군다나 미성숙한 인격체인 청소년 시기(13-18)는 실수가 용서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밖에 안나오는 일인데, 나도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공부를 비교적 잘하고 모범생으로 취급된 편이었지만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어른들 몰래 생맥주집에 들어가 맥주 한 잔 마시는 것을 무슨 큰 자랑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한테 들켜 혼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치기이자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한국유학생의 불미스러운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

최근 한국유학생 몇 명이 상하이에서 구속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상하이 지역 한인 언론이나 지역 한인 사회의 반응도 그리 좋지 만은 못한 것 같다. 출처도 모르고 근거도 없는 말이 산을 넘고 계곡을 채우고도 남게 떠돈다. 근거없는 이야기가 자꾸만 덧붙여져 구속된 학생들은 정말 나쁘고 구속되어야 마땅한 사람까지 되었다.

그러나 한 번 돌이켜 그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부모로부터 경험을 전수받을 수도 없고(부모는 어려서 해외에서 중고등학교를 유학한 적이 없어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으며(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란다고 한다), 어떻게 유학생활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는 상태에서(아직까지 다수가 따를 수 있는 중국 유학생활의 성공모델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그들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누군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 줄 형이나 누나, 삼촌, 이모 같은 사람이 필요하진 않았을까?그들이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 것은 혹시 그 동안 무관심했던 나의 책임이, 이 글을 읽는 신문독자의 책임이, 우리 어른들 모두의 책임은 아닐까? 어쨌든, 영사관과 많은 중국통들의 도움으로, 빠른 시간 내에 우리 학생들이 차가운 철창 방에서 나와 학교로 돌아가길 기원해 본다.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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