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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희망은 어디에?

[2007-10-10, 05:00:05] 상하이저널
지난 9월 14일, 15일에는 산둥성 조좡시를 다녀 왔다. 작년부터 마음먹었던 일, 즉 희망학교에 기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평소에 친하게 지낸 분들이나 아는 지인들에게, `중국에서 돈 벌어 밥 먹고 살고 있으니,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희망학교에 성금을 좀 내자'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십시일반으로 4만위엔을 모을 수 있었다. 사실 돈을 모았다기 보다는 돈을 내겠다는 사람들의 의향을 확인하고는, 돈을 걷을 시간이 없어, 우선 내 돈 2만위엔과 승수형 돈 2만위엔으로 4만위엔을 만들어 전달해 주기로 하였다.
어떤 모습일까? 어떤 아이들일까? 우리를 만나면 아이들이 반가워는 할까? 가슴속에 떠오르는 궁금증을 꾹꾹 눌러 가며 지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 타고 하늘에 오르니 구름이 잔뜩 낀 데다가 비까지 내리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승수형과 승수형에게 희망학교를 소개한 중국분(아래에서는 그 분을 스칼렛이라고 칭함)이 동행하였는데, 아침 일찍 나오느라 피곤하였는지 모두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지난 공항은 비교적 한산하였다. 세련되게 잘 지은 공항 외관은 푸둥공항보다도 더 나아 보였다. 출구로 나오니 조좡시 시장 기사가 나와 있었다. 시장이 직접 자기 차를 내어 준 것이다.
지난 공항부터 희망학교를 찾아 가는 데는 약 4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드넓은 땅! 강남 땅에서는 보기 드문 소나무, 길가의 풀들, 산과 바위들…. 산동성의 산과 들은 어쩌면 이리도 한반도와 비슷한지 모르겠다. 마치 고향 시골 마을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4년 전에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고 하던데,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10시간이 걸려도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길에 곡부로 빠져 나가는 길도 보였고, 태산으로 가는 길도 보였다. 언젠가 꼭 한 번 태산 정상을 등정해 보리라.
스칼렛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찾아가는 희망학교는 비교적 교통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자기가 후원하고 있는 또 다른 학교는 자동차에서 내려서도 걸어서 몇 시간을 가야 하는 곳에 있다고 했다. 가보고 싶으면 다음 기회에 같이 가자고 하던데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와 희망학교를 찾아가는 길가의 민초들 삶은 그야말로 궁색하기 그지 없어 보였다. 어쩜 이리도 아무 것도 없을까? 담도 집도 돌을 쌓아 지은 집들~! 승수형은 집들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고향 제주도와 비슷하다는 말까지 했다. 스칼렛이 이런 말을 했다. 저 돌이 다 탄광이나 금광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그러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령 이 땅에서 탄광이나 금광이 발견되어도 민초들은 거기에서 석탄이나 금을 캐기 위해 죽어라 고생만 할 뿐 돈을 벌어 잘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어쨌든, 중간에 부시장이 영접을 나오고, 구청장이 영접을 나오고, 공안과 교육청에서 번갈아 상호 연락을 하는 등의 복잡한 의전절차를 거쳐 드디어 희망학교에 도착하였다.
간판으로 걸려 있는 `兴国학교'라는 말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이 어린이들이 과연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솔직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벽촌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이 학교를 세우면서, 이들이 교육을 받아 이후에 나라를 발전시키는 큰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悲願을 담아 학교 이름을 지었으리라.
학교로 들어가니, 아파트 놀이터 크기만한 운동장에 아이들이 걸상을 교실에서 빼 내와 앉아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느라 오랜 시간 동안 밖에 앉아 있었는지 약간은 피곤해 보였다. 약 200여명의 아이들이 운동장에 앉아 있었고, 아이들 뒤에는 선생님들이 앉아 있었다.
먼저 선생님들과 학교를 둘러 보았다. 교실 건물은 2 층으로 되어 있었고, 교무실은 1층 한 가장자리에 있었다. 아주 폐품이 되어 버린 듯한 컴퓨터와 도트식 프린터가 전선에 연결되어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기증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희망학교는 스칼렛이 기부하여 지은 학교이고 각종 물품들도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오래되어 버리려 한 컴퓨터와 프린터를 그녀가 학교에 보내 준 것이라고 한다.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대단한 여자였다.
교실을 둘러 보았다. 1940년대의 한국 시골 국민학교를 보는 듯한 모습, 시멘트 바닥은 여기 저기 움푹 패어 지나 다니기가 불편한 정도였고, 이름하여 흑판(때가 잔뜩 끼어 있는 듯 반질반질했다.)이 여기 저기 깨지거나 갈라진 채 벽에 걸려 있었다. 책상 위에는 책, 공책, 필기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모든 아이들이 교과서를 가지고 있지는 못한 듯 보였다. 또한, 교과서가 너무 낡았거나 찢어져서 언뜻 보기에는 누군가로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물려 받은 것 같아 보였다.
운동장에는 운동시설이 딱 하나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오래된 평행봉이었다. 아이들이 평상시 쉬는 시간에 놀 때 무엇을 하면서 노는 지가 궁금했다.
그 밖에 교실 한 동이 더 있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이유를 물어 보니, 비가 온 뒤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등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여기 저기 구석구석 사진을 찍은 다음, 본 행사를 거행하게 되었다. 의식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교장이 이런 저런 감사의 말을 하고, 부시장이 축사를 하고 구청장도 한 마디 하고 교육청에서 나온 듯한 인물로 한마디씩 하고 나서야 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승수형의 권유로 한마디 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으나, 이런 형식적인 의전행사에 복잡함을 더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사양했다. 지루해 하는 아이들의 표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돈을 교장 선생님에게 전달할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돈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까? 학생들에게 전달은 안되더라도 학생들이 학교를 편안하게 다니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여 질까? 아이들은 우리가 학교에 돈을 기부하는 것에 대해서 고마워 할까? 등등…. 교장 선생님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나중에 증빙자료 첨부해서 자세히 알려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그렇지만, 아예 연필, 공책, 색종이, 지우개 등 학용품을 아이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돈을 전달하는 순간 들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무표정한 얼굴로 박수를 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법무법인 대륙 상하이 최원탁 변호사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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