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중국으로 몰려들면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연구소'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경제일보는 15일 중국 상무부 통계를 인용, 외자기업이 중국에 설립한 연구개발센터가 지난 2002년 200곳에서 현재 750곳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사자료에서 중국은 미국과 인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다국적 기업이 연구개발센터를 세우는 최우선 대상으로 지목됐다고 밝혔다.
기업 조사기관인 카우프만 재단이 지난달 미국 등 15개국 2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에 리서치센터를 신설하거나 확장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연구개발센터 후보지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풍부한 인력자원 및 저비용의 매력 뿐 아니라 대학과의 협력체제가 구축돼 있고 기초 학문에 대한 지적 자산이 축적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들 다국적기업은 시장수요에 맞춰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과 각종 우대조치를 내놓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 전략에 힘입어 앞다퉈 중국에 리서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중 가장 먼저 연구개발센터를 중국에 설립한 곳은 프록터 앤 갬블, 모토로라, IBM 등으로 이들은 중국에서 전세계 시장을 노린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자체의 연구개발 역량도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연구개발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까지 높이고 2020년까지는 선진국 수준인 2.5%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올해 과학기술 투자 예산을 20% 증액했다.
중국의 지난해 연구개발비 총액도 294억달러로 2000년 111억3천만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2년 현재 81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연구원 수는 이미 일본(64만6천명)을 앞질렀다.
중국은 향후 15년간 과학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 특허권과 과학잡지에 인용된 논문 수에서 세계 5위의 과학강국으로 변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 연구개발 중심지가 되겠다는 중국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적재산권 보호가 취약하다는 불리함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산업기밀 유출을 우려해 첨단기술 연구시설을 중국 이외 지역에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