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들을 직장과 학교로 보내고 어린 딸이 낮잠을 자는 동안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미뤄뒀던 책을 펼치면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어요"
상하이저널 창간 8주년 기념 독자체험수기공모전에서 <책가방 같이 들어줄까>라는 글로 당선된 김미나씨의 말이다. 당선작 <책가방 같이 들어줄까>는 중국에 도착한 지 며칠 밖에 안 된 8살 난 어린 아들을 로컬 유치원에 보내놓고 아이가 전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겪은 숱한 `'홍역'들을 지켜보면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생생하게 전달해 감동을 주었다.
"로컬유치원에서 낮잠 자지 않는다고 선생님께 걸레로 얼굴을 맞았던 일, 중국 친구들에게 중국어 못한다고놀림을 당하거나 머리카락이 잘리어서 날개 죽지 처진 병아리마냥 힘없이 돌아오는 아이를 봤을 때 중국에 온 것을 아이를 로컬학교에 보냈던 자신의 과욕을 후회 했다"라며 그녀는 눈물을 글썽인다. 중국에 온 지 횟수로 4년이 된 지금 남편의 일도 아이의 학교생활도 안정을 찾았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노하우도 제법 생겼다는 그녀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논술 책 집필을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이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내 아이들도 볼 책인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정말 알짜만을 담아 엮어내겠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1년에 1백 권이 넘는 책을 읽는 그야말로 `'독서광'이다. 글쓰기는 둘째 아이 태교를 하면서 시작했다는 그녀는 CJ문학상에서 수필부문 금상을 수상하고 Queen잡지가 주관하는 공모전에서도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등 크고 작은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글을 잘 쓰는 요령에 대해 묻자 "글을 잘 쓴다기 보다는 꾸미지 않은 내용을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며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신문도 꼼꼼히 읽는 편이다. 신문을 볼 때는 특히 신선한 생각들이 많이 담긴 독자투고를 꼭 챙겨서 읽는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고 틈틈이 글 쓰는 습관이 글쓰기의 기초가 된 것 같다"라고 말한다.
"중국에 갓 도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가정에서 한 차례씩 겪는 홍역들을 우리 가족들도 겪었다. 내 고통이 남의 고통보다 항상 크게 느껴지듯이 정착기에 우리 아이와 내가 겪었던 스트레스와 긴장은 남들보다 열배는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고통 속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한없이 여리게만 느껴졌던 아들이 씩씩하고 강해졌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게 사실도 받아들여졌다."
남편이 일찍 귀가해 네 식구가 함께 밥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는 중국에서 새롭게 정착하는 부모들에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조급하게 굴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학습효과도 배가 되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김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