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들과 `장님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두 눈을 감고 똑바로 걸어서 목표점에 도달하는 게 놀이의 내용이었다. 장애물도 없고, 평평한 대로이지만 눈을 감고 걸을 때는 왠지 조심스럽고, 한 걸음을 떼기가 더 힘들게 느껴진다. `많이 걸었으니까 이제 도착했겠지' 싶어 눈을 떠 보면, 목표점과 빗나간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가느라 헛걸음했음을 발견할 때가 많다.
학생들과 상담을 하며, "대학은 나중에 고3이 되어서 생각해보려구요. 그때 내 수준이 얼마냐에 따라 대학, 학과를 정하려구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현재 실력이 많이 낮아서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잠재성이 많은 학생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 편, "경제나 경영계열 전공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수학은 너무 어려워서 이미 포기했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자신의 현재 실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또는 목표와 현실의 실천이 일치하지 않는 표현들이다. 마치 앞에 언급한 `장님놀이'처럼, 눈을 가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걷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적지 않음을 본다. 목표를 똑바로 바라보며 걸을 때, 가장 곧은 길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목표점에 도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한 대입목표를 확실히 세웠을 때 가장 적합한 학습계획을 세워, 가장 효율적으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
대입준비는 고3이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유학생을 위한 대입자료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각 대학의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각 대학의 학원(학부)별 홈페이지를 보면 전공학과 소개, 이수과목, 졸업 후 진로방향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지망하는 전공학과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지 미리 알아본다면 지금부터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 지 방향을 잡기가 쉬워진다. 또한, 아직 전공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면 다양한 정보를 많이 접해볼 때 관심이 가는 분야를 좀더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목표를 일찍 세울수록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조기유학생의 중국대학진학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각고의 노력으로 대학에 입학하여 유학생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대학생활을 해 온 선배가 아직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개발하려는 노력보다는, 스스로를 하향평준화에 맞춤 하려는 경향을 유학생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속한 명문대 중국학생들이 경쟁상대가 아니라 동일한 대학 내 `특별한 무리’인 유학생들을 기준 삼아 `남들이 하는 만큼'만을 목표로 삼아 왔다면, 과연 `저는 OO대학 학생입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대입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요,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된다. 단, 한국에서의 평범한 학창시절을 뒤로 하고 일찍부터 낯선 땅을 밟은 조기유학생들이라면, 적어도 앞으로 걸어야 할 긴 인생지로 중 가장 가까운 미래가 될 `대학'에 대한 꿈을 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JK 아카데미 카운셀러 이주원